국내에선 원전 포기사업을 추진하면서
해외에 원전 팔려는 세일즈 외교 모순
원전 수출 이념보단 국가 실리 생각을

 

민병주UNIST 기계항공․원자력공학부 초빙교수

대만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24일(현지시간) 지방선거와 함께 2025년까지 대만 내의 모든 원전가동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조항을 폐지하는 안건을 국민투표에 붙였고, 그 결과 가결됐다. 이번 국민투표에는 전체 유권자 1,975만 7,067명 중 1,083만2,735명이 참여했으며, 이중 탈(脫)원전정책 폐기 찬성이 589만 5,560표인 반면 반대가 401만 4,215표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만 국민 10명 중 약 6명이 탈(脫)원전정책을 반대한 것이다.

대만의 탈(脫)원전정책 폐지 결정은 그 동안 드러나지 않은 탈원전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표면화됐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이번 국민투표의 결과로 차이잉원 총통이 2016년 대선에서 “2025년까지 원전 없는 나라로 만들겠다”라고 한 탈(脫)원전 공약과 탈원전 공약을 위해 2017년 1월 전기사업법을 개정한 지 2년 만에 탈원전 정책은 폐지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탈원전 정책은 대통령의 100대 공약에 들어있다는 이유로 그 동안 법 개정 없이 추진됐다. 원자력안전법에 의거해 건설승인을 받은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중단시키고 국민 공론화 절차로 몇 달 동안 건설을 지연시켰다. 뿐만 아니라 원자력안전법의 인허가 절차에 따라 승인된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 또한 중단시켰으며,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역시 현재 중단된 상태이다.

원자력업계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원전산업 곳곳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수명이 4년 이상 남아 있는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수천억 원이 투입된 신규 원전의 건설을 백지화한 것이 근본적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원전업계의 우수인력의 이탈을 가속시켜 긍극적으로 ‘설계-시공-운영’의 가치사슬이 와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용 원자로 제조업체인 두산중공업의 원자력 발전부문 인력이 작년 9월 4,715명에서 1년이 지난 금년 9월에는 265명(5.6%)이 감소했으며, 신한울3·4호기의 건설계획이 백지화되어 1,000여 명이 추가 실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독일, 스위스, 대만, 이탈리아와 같은 탈원전 정책 시행 국가들의 정책결정 단계를 보면 반원전 여론 조성단계, 국민 의견 수렴단계(공론화 과정), 정부의 탈원전 정책 결정단계, 의회에서의 입법단계, 국민투표 단계의 다섯 가지 단계로 진행됐다. 다섯 가지 단계 중 반원전 여론조성 단계, 정부 탈원전 정책결정 단계, 의회 입법 단계 등 3개의 단계는 모든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시행됐다. 스위스는 다섯 가지 단계를 모두 진행했으며, 독일과 이탈리아는 국민의견수렴 또는 국민투표를 거쳐 탈원전 정책을 결정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탈원전 정책은 정부의 정책결정만 따랐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원자력안전법으로 결정한 사안도 무시하고 진행됐다는 점에서 절차상 그리고 법리상 논란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11월 28일(현지시간) 체코를 방문해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를 만나 원전 세일즈 외교를 벌였다. 프라하 시내 한 호텔에서 가진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은 지난 40년간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고 현재 24기의 원전을 운영 중에 있으며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도 사막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비용추가 없이 공사기간을 완벽하게 마쳤다”면서 체코가 추진하는 원전사업에 한국도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이에 대해 사회 일각에서는 국내에선 원전을 포기하는 상황에서 해외에 원전을 팔려는 모순된 문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를 비판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에너지전환(탈원전) 정책과 원전 수출은 모순적이지 않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수출은 국가원수와 정부와 전문가 모두가 함께 노력해 추진해야 하는 사업인데 대통령의 원전세일즈까지도 청와대 관계자가 의미를 축소한다면 과연 그러한 정부를 믿고 체코가 한국의 손을 들어줄지 걱정스럽다. 원전 수출은 이념보다는 국가의 실리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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