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중구 약사동 단장골길이 볼라드로 막혀 도로 기능을 상실한 채 10여 년 째 방치돼 인근 빌딩이 손해를 보고 있다.  
 
   
 
  ▲ 울산 중구 약사동 단장골길 위치도  
 

울산 중구청이 멀쩡한 상가건물 후면 계획도로를 10여 년 동안 막아놓고, 상가 이용차량이 인도를 넘어 주차장으로 간다는 이유로 도로점용사용료를 챙겨가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중구 약사동 번영로 변의 D빌딩. 이 빌딩 뒤편에는 멀쩡한 도로가 개설되어 있지만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다. 인근 R아파트에서 진입하는 지점은 물론 반대편 S전자 뒤편에서 들어오는 지점이 볼라드와 벽으로 막혀있기 때문이다.

중구청은 R아파트 인근 도로가 보행자 전용도로이기 때문에 볼라드를 설치해 막아놨다고 밝혔다. R아파트 옆 보행자도로는 아파트 건설 당시 보행자 전용도로로 지정돤 후 10여년 째 방치되어 있는(본지 1월 8일자 1?3면 보도) 도로다.

이 도로는 D빌딩 건물 설계 당시 보행자전용도로가 아니었다. 그래서 건물주는 이들 도로를 이용해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진출입로를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R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갑작스레 볼라드가 설치됐고 보행자전용도로 바뀌었다. D빌딩은 하는 수 없이 큰 손해를 감수하고 번영로에서 인도를 지나쳐야 하는 필로티 구간의 진출입 통로를 확보하는 설계변경을 해야 했다.

그런데 중구청은 인도가 구청 소유이기 때문에 매년 100만원이 넘는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10년 전부터 누적된 금액은 1,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D건물 임재국 씨는 “빌딩에는 약 20여 개의 학원, 병원, 상가들이 밀집해 있다. 한 달 고정주차 차량 수만 2,000대가 넘는다”면서 “하지만 후면 도로가 막혀있어 차량들이 드나드는데 어려움이 많고, 화재 발생시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실제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한달 평균 약 4,500여 명의 이용하는 건물이지만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볼라드에 막혀 동쪽 측명과 후면 도로 쪽으로 진입 하기 힘들어 보였다.

임 씨는 “제천화재 참사 이후 소방차의 원활한 진입로 확보를 위해 볼라드 철거를 요청했지만, 관할구청 담당자는 ‘화재가 발생하면 직접 나와 볼라드를 뽑겠다. 그 다음에 소방차가 진입해서 불을 끄면 된다’는 등의 황당한 답변만 했다”고 주장했다.

취재진이 직접 중구청에 확인을 해보니 “돌 볼라드는 소방차가 피해서 들어갈 수 있는 폭을 유지했고, 스테인레스 볼라드는 들면 들리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면 들고 들어가면 된다”고 답했다.

한 두 개도 아닌 볼라드를 화재 상황에 누가 들어서 치우냐고 묻자 “소방차가 진입하기 때문에 소방관들이 들고 들어가면 된다”고 말했다. 1분 1초가 급한 화재 상황에서 소방관이 얼마나 신속하게 볼라드를 제거해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특히 볼라드는 쉽게 들리지 않는 것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건장한 성인 남성만 들 수 있었다. 삽시간에 번지는 불길을 앞에 두고 시간을 잡아먹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임 씨는 볼라드로 막힌 R아파트 쪽 도로를 아파트 주민들이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R아파트 주민들이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하기 위해 도로를 사용하고 있어 볼라드 철거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임 씨는 “도로는 구청 소유의 땅으로 알고 있다. 결국은 나라 땅인데 볼라드를 설치하면서 R 아파트 사람들만 이득을 보고 있다”며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 중구청을 방문하는 사람들, 근처 임대 업자들 다 손해를 보고 있는데 R 주민들만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라드가 설치돼 막힌 도로는 R 아파트가 기부채납한 땅이다. 당시 교통영향평가의 ‘권고’를 받아들여 지금의 보행자전용도로가 됐다. 하지만 현재 교통 환경은 10여 년 전과 많이 달라졌다.

아파트 주민들을 제외한 인근 주민들은 볼라드로 막힌 도로가 이제는 오히려 교통흐름에 방해가 된다며 서명을 받아 구청에 민원을 제출했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중구청 관계자는 “아파트 지을 때 교통체증을 감안해서 막아놓은 상황같다”며 “결과에 따라 나온 거기 때문에 저희는 권한이 없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교통영향평가를 거쳐서 한 상황이라 임의로 철거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중구청으로 이어지는 주차장 도로를 현재 구청 직원들이 암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어 볼라드에 설치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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