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일남씨와 정교식 씨는 말 타기 놀이 조형물에 올라타 개구진 표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진을 배우면서 제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어요”(지적장애인 고일남·35)
17명의 장애인들은 지난 11월 6일부터 12월 19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후 울산 동구 장애인 복지관에 모였다.
강경묵, 고일남, 김초희, 김하석, 남궁윤, 박나경, 심지혜, 염동윤, 이수민, 정교식, 홍선표, 장헌석, 윤준기, 김양희, 김현정, 김인수, 홍기현 등.
나이는 20대부터 60대까지 지적장애인부터 신체장애인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김택수, 김하영, 김태만, 김희덕 선생님의 지도아래 카메라를 다루는 법부터 사진 찍기, 디지털 보정(포토샵)작업 등 다양한 사진 촬영전문기술들을 익혀나갔다.
지적 장애를 가진 20~30대 젊은 장애인들도 적극적이었지만 몸이 불편한 60대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석해 사진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날씨가 좋을 때면 수업을 하다가도 복지관 마당으로 나가 서로가 서로의 모델이 돼 사진을 찍어주기도, 화단의 꽃, 하늘, 그리고 지나가는 길냥이가 반가워 렌즈에 담기도 했다.
그리고 찍은 사진을 서로에게 보여주며 무한한 감탄과 환호를 보냈다.
다함께 모여 차를 타고 장생포 고래마을로 출사도 갔다.
김초희 씨는 고래조형물 옆에서 고래 배를 가르는 포즈를 취해 보기도 하고, 고일남씨와 정교식 씨는 말 타기 놀이 조형물에 올라타 개구진 표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때를 놓칠세라 함께 간 ‘사진작가’들은 찰나를 놓치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눌렀다.
지도 선생님 김택수 씨는 “대부분의 작품들이나 모델 포즈, 표정에는 일반인들에게는 느끼지 못하는 순수함들이 녹아져 있다. 특히 장애인들이 카메라를 들고 기성 사진처럼 구도나 구성에 얽매이지 않고 선호하는 대상에 무한히 집중하는 사물 접근 방식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17명의 장애인들과 선생님들은 지난 18일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면서 마지막 수업을 마무리했다.
사진 교육을 받은 지적장애인 고일남씨(35)는 “사진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세계여서 너무 즐거웠다. 사진을 찍고 모델이 되면서 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부터 가정과 사회 등 내가 있는 자리에서 주인공이 되도록 살아가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의 사진교육은 울산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주관하고 울산동구장애인복지관과 울산사진협동조합이 지원해 '장애인의 전문 사진기술 습득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장애인들이 직접 촬영한 작품은 ‘한 장의 사진에 꿈을 담다’라는 주제로 12월19일부터 울산동구장애인 복지관에 총 26점이 펼쳐졌다. 특히 이번 교육을 진행한 지도 선생님들은 강사료로 제자들의 작품액자를 제작해 더욱 훈훈한 전시가 되고 있다. 이달 28일까지 울산동구장애인복지관 로비에 가면 이들의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고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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