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연내 마무리하기 위해 막바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고용안정’과 ‘조합원 사찰 금지’에 방점을 찍은 노조는 일괄 제시안을 요구하고 있고, 회사도 고심하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19일 오후 실무교섭을 열고 고용안정 등 현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달 초부터 매일 실무교섭과 본교섭을 번갈아 집중교섭을 벌이고 있는 노사는 ‘연내타결’이라는 목표에 공감하면서도 현안에 대해서는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20일과 21일 예정대로 7~8시간 파업과 상경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다만 ‘연내타결’을 위해 이번주까지 회사의 전향적인 제시안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조가 중점적으로 꼽은 현안은 ‘고용안정’과 ‘조합원 사찰 금지’ 등이다. 올해 들어 두차례에 걸쳐 회사가 구조조정을 벌이면서 조합원들은 극도의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 해양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현실화된 2,000여명의 유휴인력 문제는 조합원들의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조는 “구조조정 중단을 선언하라”며 회사를 수차례 압박해왔다. 노조는 이번 교섭에서도 더 이상의 구조조정이 없다는 약속을 담은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또다른 핵심 쟁점 현안은 ‘조합원 사찰 금지’다. 최근 회사가 2016년부터 조합원의 성향을 분석하고 노조 선거 등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이 폭로된 데 따른 것이다. 노조는 ‘불법 노무관리’를 중단과 재발방지 대책, 책임자에 대한 처벌 약속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를 인정하고, 노조 활동가들에게 불이익 처분을 금지하라는 요구안도 같은 맥락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같은 요구는 회사가 노조를 동반자로 인정하고, 노사가 체결하는 단체협약의 신뢰를 높이는 것”이라며 “충분한 신뢰관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교섭에서 어떤 약속을 주고받더라도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상당히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타결’ 의지는 밝혔지만, 노조가 중점적으로 요구하는 두 현안이 모두 정치적인 만큼 결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회사는 ‘구조조정은 이미 끝났다’며 ‘구조조정 중단 선언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으로 노조의 요구를 반박해왔다. ‘불법 노무관리 의혹’에 대해서도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지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노조의 요구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자칫 그동안의 잘못을 인정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이들 두 안건을 모두 배제할 경우 교섭은 다시 교착 상태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사측이 그동안의 주장과 결을 같이하면서도, 집행부가 조합원을 설득할 ‘명분’을 제공하는 안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노사는 올해 5월 임금·단체협약 교섭을 시작했으나 해양사업부에 대한 구조조정이 단행되면서 갈등했다. 유휴인력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던 노사는 급기야 노조 측 교섭위원의 막말로 파행해 세달여간 대화가 단절되기도 했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로 교섭이 재개된 이후 최근 집중교섭을 이어가며 협상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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