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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창] ‘효리네 민박’이라도 차릴까?

기사승인 2019.01.10  22:30:00

강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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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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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대비 부족으로 휘청거리는 울산
문화·관광산업 부흥 이끌 ‘킬러 콘텐츠’ 절실
문닫은 공장·발전소 활용 등 발상의 전환 필요

 

강정원 편집국장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던 울산의 경제 위상이 초라해졌다. 지난 2011년 1,000억 달러에 이르던 수출도 현재는 700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역의 주력이었던 조선과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경기 부진에 휘청거리면서 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대기업의 일감을 확보하지 못한 지역 중견기업들이 속절없이 무너졌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울산을 떠났다. 미국의 제조업 중심 도시들의 몰락을 답습하는 이른바 ‘한국판 러스트벨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원인은 장치산업의 쇠락을 예측하고도 미리 대비를 하지 못한 탓이다. 물론 지역사회에도 ‘장치산업의 고도화, 미래 먹거리산업 확충’이라는 모토가 있었다. 울산지역 지자체들의 몸부림도 작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지 허둥댔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산업 등 기존산업의 고도화를 위해 R&D 인프라 구축에 엄청난 재정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들 인프라들이 지역 산업의 고도화에 얼마나 기여 했는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많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 산업구도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채 연구원, 센터 등을 만들고, 전문 인력을 데려오는데 급급했다. 그런데 정작 연구 성과는 대기업에도, 중소기업에도 별반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재정 지원으로 근근이 운영되는 지자체 R&D기관이 생존을 위해 돈과 인재를 쏟아 붓는 대기업 R&D기관의 성과를 넘어서기란 불가능하다. 그나마 확보한 성과를 현장에 적응시키기에도 현실적 한계가 많았다.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초보적인 기술 및 경영지원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울산지역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주문을 받아 부품을 생산하는 곳임을 간과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자체 R&D시설이 퇴직공무원들의 일자리를 늘리는 역할 밖에 하지 못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일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미래 먹거리가 될 첨단 사업들이 줄줄이 수도권에만 집중됐다. 지역 사회가 요구하는 미래 사업들은 오로지 비용과 편익만을 따지는 정부의 타당성 조사 벽을 넘지 못하고 무산되기 일쑤였다. 국가 경제 운영 어디에도 지역 균형발전은 없었다. 


지역에서도 미래 산업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서비스, 관광, 문화 관련 인프라를 확충했지만 산업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머물게 하고, 돈을 쓰게 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몇몇 축제 행사에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긴 했지만, 대부분 잘나가던 기업의 후원과 시민들의 세금으로 ‘퍼 주는’ 공짜 행사였다. 이제 그런 행사조차도 할 수 없게 됐다. 


얼마 전 TV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자료가 나왔다.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제주거주 유명인 방송노출이 제주관광에 미치는 영향 : 효리네 민박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효리네 민박집 촬영지였던 소길리 등 관광지 인지도가 상승해 제주 관광객이 약 100만 명 증가했다고 한다. 생산유발효과 연간 1조원 육박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 제조업 도시들의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대부분 방치된 산업시설을 문화 관광 인프라로 전환하는 것이다. 유럽의 쇠락한 조선 산업 도시 스페인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 모았다. 울산의 협력도시인 동유럽 체코 모라비아 실레지아주도 거대한 제철공장을 산업 역사 박물관과 문화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 시켜 관광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몇 해 전 영화 ‘공조’가 인기를 끌면서 울산의 촬영지였던 울산대교, 동해화력발전소 등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 뿐 이었다. 만약 당시 전투 신을 촬영했던 화력발전소를 관광산업에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산업도시의 심장을 상징하는 수명을 다한 화력발전소 자체만으로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여기에 고철이 되어 철거되는 화학공장 플랜트와 신차 설비에 밀려난 자동차 라인을 옮겨 놓고, 현대중공업에서 초창기에 제작한 선박이라도 가져다 놓을 수 있었다면 우리나라의 산업 역사를 한눈에 보여줄 수 산업박물관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화력발전소와 잇대어 있는 고래 관광특구를 제대로 개발해 연계하면 장생포도 싱가포르 센토사섬 같은 ‘고래의 꿈이 살아 숨 쉬는 산업도시’의 ‘환상의 섬’이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물론 이것이 울산 관광의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허를 찌르는 발상의 전환 없이는 기존 산업의 고도화나 미래 산업의 창출 모두 어렵다. 2019년 ‘효리네 민박’과 같은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 하나라도 나왔으면 싶다.

강정원 기자 mikangjw@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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