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의료진·환자 논의할 수 있도록 용어 정리해야"

남한과 북한의 보건의료 격차를 줄이는 발판으로 의학용어를 정리하는 사업인 '남북의학용어사전' 편찬이 추진된다.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과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은 그 첫걸음으로 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남북의학용어사전 편찬 사업 추진을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는 남북 의료 협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남북 의학용어를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모였다.

실제 남북의 의학용어는 분단의 시간만큼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우울증이라고 부르는 질환은 북한에서 '슬픔증', 야뇨증은 '밤오줌증', 휠체어는 '밀차' 등으로 불린다.

이런 용어들은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지만, 남한에서 사용되지 않는 용어들은 의미 해석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북한에서는 마약 중독을 '아이스 중독'이라고 하고, 한약을 '고려약' 또는 '동약', 항문을 '홍문'이라고 한다.

같은 용어라고 해도 서로 다른 대상을 지칭하는 경우도 있다.

북한에서는 응급처치를 '1차 치료'라고 하는데 이는 남한에서 1·2·3차 의료기관으로 분류된 의료체계상 동네병원에 해당하는 1차 의료기관에서 행해진 의료행위를 뜻한다.

또 북한은 연고를 '고약'이라고 부르지만, 남한에서 고약은 '티눈이나 곪은 데에 붙이는 끈끈하고 검은 약'이라는 의미로 한정돼 사용된다.

김영훈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 운영위원장은 "남북의 언어는 일상어보다 전문용어에서 더 큰 차이를 보인다"며 "남북의 의료진과 환자들이 만난 자리에서 진단과 치료, 예방에 대해 막힘없이 논할 수 있도록 현재 사용되고 있는 용어를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용어 통합을 전제로 양측의 의학용어를 모아 서로 비교하고, 그 차이를 살피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며 남북의학용어사전 편찬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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