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까만 해도 곳곳에 녹물이 흘러 있던 간절곶 드라마세트장 전경. 최근에는 페인트공사로 새로 단장됐다.  
 

울산에 한때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 관광 붐이 일면서 관련 시설들이 속속 들어섰으나 결국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예산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20일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에 위치한 ‘드라마세트장’은 최근 외관을 정비하고 깨끗하게 새 단장한 모습을 보였다. 불과 한달여 전만 하더라도 곳곳에 녹이 슬어 흉물스럽기까지 했으나 외벽에 페인트칠 등을 하고 다소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정비에 예산이 계속 들어간다는 것. 드라마세트장은 지난 2010년 원전지원금 30억원이 투입돼 지어졌다. 군은 촬영 후 가설건축물이던 세트장의 골조·외벽보완, 리모델링 등을 하기 위해 10억7,800여만원을 추가로 투입했고, 이후 인테리어나 보수공사 등에 5억7,800여만원을 더 썼다. 총 46억5,600여만원이 투입된데 비해 수익은 임대료 5억여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세트장이 간절곶 홍보나 지역 관광활성화에 도움이 돼야 세금을 적절하게 쓰는 것이 된다. 하지만 세트장 내부에 드라마 소품 전시나 사진 등이 걸려 있을 뿐, 현재 사실상 커피나 음료 등을 판매하는 카페로 위탁·운영되고 있다. 주변에 카페가 많이 들어서 있어 굳이 공공 예산을 투입해 카페운영을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2010년 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을 비롯해 ‘메이퀸’ ‘한반도’ 등 각종 드라마와 영화 촬영 당시에는 나름 인기가 있었으나, ‘반짝’에 불과했다.

드라마 촬영 이후 테디베어뮤지엄을 유치하려했으나 무산됐고, 이후 결혼사진 스튜디오, 갤러리 등 몇 개 임대 업체가 카페와 접목해 운영하다가 영업 악화로 중도 포기, 계약자가 3차례나 바뀌었다. 임대계약 입찰조차도 계속 유찰되면서 임대료는 2012년 연간 1억2,000만원에서 지난해엔 7,560만원까지 떨어졌다. 현재는 VR체험장과 카페를 연계해 운영하고는 있으나 VR체험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바닷가에 있는데다 철제구조물이 많다보니 수시로 녹이 슬어 페인트 칠 공사가 반복되고, 애초 가설건축물로 지어진 한계 상 튼튼하지 못해 보수공사에 돈이 계속 투입되는 등 그야말로 ‘골칫덩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처음 지을 때는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가 높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며 “드라마 종료 후 관심이 떨어지자 유지비만 드는 시설이 됐다”고 말했다.

보삼영화마을기념관도 마찬가지다. 삼동면 조일리에 8억9,000만원이 투입돼 지난 2014년에 지어진 이 영화기념관의 지난해 전체 관람객 수는 4,100여명 수준이다. 하루 평균 10명 남짓한 것이다. 관람객이 거의 없다보니 운영비를 아끼기 위해 일주일 중 월·화 이틀은 문을 닫는다. 그래도 한해 인건비 등으로 5,000만원이 계속 소모된다.

관람객 수가 우선되지 않더라도 영화문화 차원에서의 의미와 적절성이 있으면 논란이 반감되겠지만, 이 시설은 1970~80년대 씨받이, 변강쇠, 감자, 빨간앵두, 불, 뽕, 사방지 등의 노출이 많은 영화의 촬영지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어서 건립 당시부터 우여곡절이 있었다. 완공 후 위탁받아 운영하기로 한 마을 주민들이 손을 떼면서 군이 직접 운영키로 했으나, 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1년 반 가량이 지난 2015년 9월 정식 개관하기도 했다.

촬영 당시에는 전국적으로도 흔치 않던 억새초가가 많은 독특한 풍경에 영화촬영지로 인기를 끌었는데, 군은 억새초가 보존이나 복원은 뒷전이고 기념관을 짓는 데만 몰두했다. 또 보삼마을은 관광지도 아닌데다 인근에 장사시설인 하늘공원이 위치해 성인영화기념관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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