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한 노래 꼬리표에도 60년 잘 지탱
  내 노래에 울고 웃어준 팬들이 원동력”

 

연합뉴스

우리 나이로 열아홉이던 소녀는 일흔아홉이 됐다. ‘국보급' 가수인 그의 노래 인생도 환갑을 맞았다. 구성진 음색으로 전통 가요 외길을 걸으며 서민의 애환을 달랜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78․사진)다.
“제겐 항상 꼬리표가 있었어요. ‘이미자 노래는 질이 낮다, 천박하다', ‘상급 클래스 사람들에겐 창피하다', ‘술집에서 젓가락 두드리며 부르는 노래'라는. 그런 소외감에서 힘들었지만 잘 지탱해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데뷔 60주년을 맞은 이미자가 서구 음악의 유입에도 전통 가요의 뿌리를 지켜낸 자부심을 이렇게 밝혔다. 21일 오후 2시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데뷔 60주년 기념 앨범 발매 기자회견에서다.
이미자는 1958년 HLKZ TV 콩쿠르 프로그램 ‘예능 로터리'에서 가요부문 1등을 하며 작곡가 나화랑의 눈에 띄었다. 이듬해 나화랑이 작곡하고 반야월이 작사한 그의 데뷔곡 ‘열아홉 순정'이 나왔다.

이후 그는 ‘서울 아가씨'(1963년), ‘동백 아가씨'(1964), ‘여자의 일생'(1968), ‘기러기 아빠'(1969), ‘아씨'(1970) 등 격변하는 시대 속, 서민을 위로하는 노래를 불렀다.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음반과 노래를 취입한 가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당시인 1990년까지 발표한 음반만 총 560장, 2,069곡에 달한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 역시 3대 히트곡이 금지곡이 됐을 때다. ‘동백 아가씨'는 왜색이 짙다고, ‘섬마을 선생님'은 몇 소절이 다른 노래와 같다고, ‘기러기 아빠'는 너무 처량하게 불러 비탄조라고 금지당했다.

시련에도 60년을 노래한 원동력은 자신의 노래에 울고 웃어준 세대라고 꼽았다. 그는 “금지곡이 돼도 팬들이 한사코 그 노래들을 불렀다”며 “저는 여러분의 부모 세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 힘으로 노래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발매된 60주년 기념 앨범 ‘노래 인생 60년 나의 노래 60곡'은 고마운 팬들에게 꾸밈없는 지금의 목소리를 들려주고자 제작했다. ‘감사, 공감, 순수'로 나뉜 3장의 CD에는 60곡이 담겼다. 그중 10여곡은 실제 공연 때처럼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이브로 한 번에 녹음했다.

이미자는 5월 8~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기념 공연을 연다. 어느덧 70~80세가 된 팬들과 함께 하는 환갑 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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