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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태아의 생사(生死)

기사승인 2019.04.14  22:30:00

김병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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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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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배호 화백


이 세상의 소리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유용한 소리는 정작 사람의 귀에 전혀 들이지 않는 소리다. 주파수가 너무 높아 들리지 않는 소리가 초음파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초음파는 1초에 수십억 회나 진동하는 음파다. 보통 소리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 나가지만 초음파는 주파수가 높아 빔을 만들어 한 방향으로 보낼 수 있다. 따라서 유용한 일을 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초음파를 이용해 금속 내부의 보이지 않는 균열을 찾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용하고 재미나게 쓰이는 것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초음파로 자궁 속 태아를 검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기는 보통 엄마 뱃속에서 40주 자란 뒤 평균 3.2kg의 몸무게로 태어난다. 24주가 넘어야 폐기능이 정상화되기 때문에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선 25주 이전의 아기는 치료하지 않는다. 하지만 손바닥 크기로 태어나는 뜻밖의 조산아들도 있다. 현대 의술은 21주일 만에 490g으로 태어난 초 미숙아도 살려 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형법의 낙태 처벌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임신 기간을 마지막 생리기간 첫날부터 22주까지와 22주 이후로 구분한 뒤 22주 이내의 낙태까지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니 위헌이라고 봤다.

다만 당장의 위헌 결정이 초래할 법적 공백을 우려해 2020년 말까지 개선 입법을 할 시간적 여유를 줬다. 1953년 만들어진 낙태죄는 66년 만에 처음으로 손보게 됐다. 헌재는 임신 22주 이후로는 태아의 독자적 생존이 가능하다고 보고 낙태를 금지하는 기준으로 제시했다. 태아 생명권을 앞세우던 입장(Pro-life)에서 여성의 선택권 문제로 본다(Pro-choice)로 바뀌었다.

국회의 고민은 깊어졌다. 내년 말까지 낙태 허용기간컨떠 등을 정해 형법과 모자보건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천주교와 개신교 등 종교계는 “방어능력 없는 태아의 기본 생명권을 부정했다”며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태아와 산모 모두 더 불행해지는 걸 막으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낙태였다.


김병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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