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지자체의 수장이 진보진영 인사들로 바뀌면서 공직사회의 달라진 모습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동원’ 관행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사실 지금까지 각종 축제나 행사 때마다 공무원이 동원되는 것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었다. 자체행사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에까지 동원되다보니 공무원들이 행사가 집중되는 주말에도 사실상 근무를 해야하는 등 격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울산지역 지자체의 수장이 된 더불어민주당 단체장들이 이런 ‘동원문화’를 깨기 시작했다. 저녁과 주말이 있는 이른바 ‘워라밸’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 중구에서 오랜만에(?) 이뤄진 공무원들의 ‘동원’ 이 문제가 됐다는 소식이다. 어제 울산 중구의회의 한 의원이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예보가 힘든 산불 발생을 대비키 위해 구청 직원 모두 주말 이틀 동안 비상대비 근무를 서게 한 것은 효용을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속 공무원들을 소집해 놓고는 안전도시국 직원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구청에서 줄곧 대기만 했다”면서 “중구는 타 지자체와 달리 큰 산이 없어 산불 발생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하는 일 없이 전 직원을 동원한 것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중구가 주말과 휴일이 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청명과 한식 등 행사로 상춘객과 입산인들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전 직원을 비상근무토록 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는 또 중구가 오는 5월 11일 개최하는 구민체육대회 행사 일환으로 준비 중인 플래시몹에 직원을 동원하고 있는 것도 지적했다. 이 의원은 “비효율적이고 획일된 조직문화를 떨쳐버리고 구민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선진 자치구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구 의원의 지적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두 사안 모두 이전 같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법도 한 일이다. 구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은 공무원들의 중요한 책무중의 하나이고, 플래시몹 참가 역시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다양한 비상연락체계가 잘 갖춰진 상태에서 전 공무원이 구청에 며칠씩 대기해야 하는가는 생각해 볼 일이다. 공무원들의 ‘동원’이나 ‘자율적 참여’의 경계는 사실 크지 않다. 둘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매뉴얼이라도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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