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류미야.  
 

기리는 노래 - 쓰레기통   (류미야)

만약 신이 계셔
세상 살피러 온다면
이런 모습쯤으로 다녀가지 않을까요
모질게 모지라진 것
그 이름마저
품어주는

누구는 발로 차고
낯엔 침도 뱉겠지만
세상 끝을 지키는 아름다움
모른다면
그 어떤 아름다움도 세상
지키지 못할 테죠
 

그림=배호 화백

◆詩이야기

아름다움이란 무얼까. 그것은 ‘세상의 그늘’에 대한 의지를 내보이는 일 아닐까? 진창에서 연꽃은 피고 가난의 거리에도 온정은 넘치니, 눈부신 빛의 일들이란 단지 드러난 세계의 화려함 속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귀퉁이 터져 버려진 것들을 품어 안고 세상 끝을 지키는 어떤 아름다움 앞에서, 남루함으로 더 거룩한 성자의 옷자락을 생각하였다.

◆ 약력: 2015년 월간 《유심》 등단. 『눈먼 말의 해변』 출간. 제4회 공간시낭독회문학상 등 수상. 서울디지털대학교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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