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법인분할) 이후에도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하며 노조를 설득하고 나섰다. 하지만 노조는 불신을 강하게 드러내며 “물적분할을 전제한 대화는 있을 수 없다”며 투쟁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1일 한영석·가삼현 공동 사장 명의로 담화문을 내고 “기존에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을 승계하고 고용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동 사장은 담화문에서 “회사는 단협을 변경할 이유도, 계획도 없다”며 “물적분할 후에도 근로관계부터 근로조건, 복리후생까지 모두 지금과 동일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연월차 제도, 연장근로수당, 근속수당, 각종 휴가제도, 자녀 장학금 등 모든 단협 사항을 유지하고 처우 개선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또 물적분할 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공동 사장은 “사원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마침표를 찍는 의미에서 단협 승계와 고용 안정을 약속한다”며 “노조가 내세운 물적분할 반대 명분이 사라진 만큼 노조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단협 승계는 노사 합의가 중요한 만큼 노조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노사실무협의체에 진솔한 자세로 협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공동 사장은 물적분할 후 울산 인력이 서울 등 타지로 유출될 것이라는 지역사회 우려에 대해 “당초 서울로 갈 예정이던 인력 50여명도 그대로 울산에서 근무할 것”이라며 “울산에서 인력이 빠져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조는 불신을 강하게 표명했다.

노조 측은 “회사는 담화문 부연설명을 통해 근로조건은 언급했지만, 노조 활동에 대한 부분은 명시하지 않았다”며 “회사가 승계를 약속한 ‘기존에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이 어느 범위까지인지 명확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가 모든 노사의 합의 사항을 승계한다고 약속한 것일지라도, ‘말’만 있는 약속은 믿을 수 없다”며 “분할계획서에 단협 승계 등 내용이 충분히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단체협약을 승계하더라도, ‘물적분할’로 알맹이 없는 껍데기 회사에서 조합원들의 처우는 나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회사의 노사실무협의체 제안에 대해서는 “물적분할을 전제로 한 대화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오는 31일 물적분할을 처리하는 임시주총일까지 투쟁 수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이날 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추가 파업을 결의했다. 지난 16일부터 4시간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는 22일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와 현대빌딩 앞에서 결의대회를 연다. 서울 집회에 참여하는 조합원은 이날 8시간 파업을, 울산 본사에 남는 조합원은 오후 4시간 파업에 동참한다. 서울 집회에는 대우조선해양 조합원 일부도 참가할 예정이다.

현대중 노조는 이어 24일까지 하루 4시간 파업을 유지하고 27일에는 7시간 파업을, 28일부터 31일까지는 8시간 전면파업을 예고했다. 오는 30일에는 1박2일 일정으로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등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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