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인택 울산지검장  
 

송인택 울산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울산지검이 엄격한 잣대로 겨눠왔던 ‘피의사실공표’의 수사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극도의 긴장 상태인 울산 검·경 관계는 파국과 새 국면의 기로에 서 있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송인택 울산지검장은 그동안 검사로서 마무리하고자 했던 3가지 과제를 언급했다. 검찰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 시스템 투명성 확보와 지방 언론사 대표들의 비위 척결, 그리고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 관행 해결이다.
특히 송 지검장은 울산지검장으로 부임한 후 지역 수사기관을 상대로 ‘피의사실공표’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보여 왔다. 지난해 8월부터는 검사장과 차장검사 등이 ‘피의사실공표죄 연구 모임’을 결성해 연구를 진행했고, 이 연구결과는 곧 책으로 나올 예정이다.
문제는 송 지검장의 이같은 태도가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 등에 그치지 않고, ‘수사’로 이어지고 현실 ‘갈등’으로 불거졌다.
최근 울산지검은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2명을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올 초 ‘약사’ 행세를 한 혐의(약사법 위반 등)로 30대 여성을 구속한 사건을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울산지역 약국들의 피해가 잇따르면서 울산 약사회의 수사 의뢰로 진행됐다. 당시 보도자료는 이전 자료에 비해 피의자에 대한 정보가 과도하게 담기지 않았고, 함께 제공된 위조 약사 면허증에는 신상 정보가 모두 가려져 있었다.
검찰은 한달여 전부터 당시 사건을 취재한 기자들을 상대로 취재 경위와 영상 출처, 배포될 당시의 자료 등을 확인했고, 이후 경찰에 출석요구를 통보했다. 당초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에 대한 명시도 없이 통보된 출석요구서는 한달도 채 되지 않아 4차례에 달했다.
이를 두고 검찰이 압수수색이나 체포영장 발부와 같은 강제 수사로 전환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송인택 울산지검장이 다음달 중 ‘과제’들을 어느 정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만큼 검찰도 성과를 위해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다. 해당 경찰관들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서면조사로 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적으로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실제 ‘기소’까지 이뤄진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울산지검이 이번 사건을 기소할 경우 최초의 사례가 된다. 하지만 이미 수사기관 안팎에서 검찰 수사가 무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검찰이 ‘기소’를 결정할 경우 ‘보복성’으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 공교롭게도 피의자로 입건된 경찰관 2명은 일명 ‘고래고기 환부사건’으로 검찰과 대립각을 세웠던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이다. 이 사건으로 검찰의 ‘전관예우’ 논란까지 불거진 바 있다.
‘피의사실공표’를 두고 울산지검의 ‘경고’가 이어지면서 지역 수사기관은 상당이 위축된 상태다. 해양오염성분이 섞인 낚시용 떡밥을 제조한 업체를 적발한 울산해양경찰서는 기자브리핑을 준비했으나 돌연 취소했다. 경찰은 하루에도 수차례 벌어지는 절도 등 범죄에 대해서도 입을 다물었고,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장소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다른 지방경찰청도 울산 사례를 언급하며 소극적인 대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경찰청 본청에서도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과 모든 수사 기관들이 직면한 문제”라고 언급했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법무부와 대검 기획조정부에 피의사실공표 문제에 관한 협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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