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배호 화백

# K형, 그날은 바람이 불었습니다. 북구 강동의 바다는 거칠게 꿈틀거렸습니다. 그 바다의 언저리에서 우리는 꿈을 꾸었습니다. 가늠 할 수 없는 바다의 길처럼 창작문화콘텐츠라는 새로운 화두의 길을 가슴에 품었습니다. 갯바위에 통곡하듯 몰려오는 파도를 보며 K형은 ‘비말’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파도가 끝없이 부딪히는 물거품을 포말이라 명명하지 않고 ‘비말’ 의 몸짓이라 설명했습니다. 찰나에 쓰러지는 파도 앞에서 비장하게 외친 ‘비말’ 나는 훗날에야 ‘비말’이 날아 흩어지거나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며 소설가 현기영이 ‘변방에 우짖는 새’에 “해변의 돌담 두른 굿터에는 바람에 날린 파도 비말이 비 오듯 내리고….” 표현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아둔한 나는 아직도 ‘포말’과 ‘비말’의 언어학적 경계에 머물러있습니다. 그러나 ‘포말’과 ‘비말’은 바다의 또 다른 길을 향한 저항이라 생각합니다.
# K형, 시간을 돌려봅니다. 몇 해 전 겨울입니다. 가지산 산자락에서 강동바다로 찬바람 쐬러 돌아다녔던 그해 12월은 새로운 길에 대한 탐색이었습니다. 그 탐색을 갈무리하면서 살티와 죽림굴, 장대벌, 여시바윗골 수운 최제우선생, 병영성 울산민란, 장생포와 러시아 케이제를링백작 등 울산근대역사를 소재로 밤을 지새웠던 세월이었습니다. 그리고 7월 12일, 13일, 14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는 ‘울산근대역사문화콘텐츠’시리즈 공연으로 ‘살티 - 울산산티아고’ 공연이 막을 올립니다. 1866년 천주교 병인박해와 죽림굴에서 중구 장대벌까지, 그 길은 태화강 백리길이며 울산산티아고 길입니다. 굽이치는 근대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고자 한 울산 민초들의 이야기도 함께합니다. 파도의 몸짓으로 생성과 소멸의 길을 여는 바다처럼 시대를 저항한 울산인의 삶이 펼쳐집니다. 부디 발걸음 하셔서 또 다른 길을 논하시길 바랍니다.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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