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주택과 사업장 등에서 페트병, 캔, 병, 플라스틱 등의 재활용품을 담아 배출하는 용도로 쓰는 녹색 그물망과 비닐류재활용품 전용 적색 그물망이 17일 남구의 한 골목에 나와 있다.  
 

#남구 옥동으로 이사 온 지 7개월째인 주민 A씨. 주택에 거주 중인 A씨는 요즘 자꾸만 사라지는 ‘분리수거 그물망’ 때문에 남모를 속앓이 중이다. 지금까지 총 4개의 그물망을 ‘도둑’ 맞았다. 동주민센터에 가면 새 물건을 다시 내어주지만 올해만 벌써 네 번째라 민망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다.
#중구의 한 주택밀집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 B씨 사정도 마찬가지다. 단독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서로를 잘 아는 동네지만 여기도 사라지는 건 마찬가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그물망에 주소와 이름까지 큼지막하게 써봤지만 ‘무용지물’이었다. B씨는 “새로운 분리수거 그물망을 집 앞에 내놓고, 재활용 수거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없어져 있는 일이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페트병, 캔 등 재활용품을 담아두는 ‘분리수거 그물망’이 울산지역 일부 주택가에서 잇따라 ‘분실’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하루아침 사이 ‘발 달린 그물망’에 당혹스럽기 그지없는데, 주인 있는 그물망 분실과 함께 시민의식도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17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울산지역 단독주택, 소규모빌라, 원룸, 상가, 사업장 등은 전용 분리수거 그물망을 이용한 재활용품 수거제를 실시하고 있다. 전용 그물망은 녹색과 적색으로 구분된다. 적색 그물망은 단독주택에 한해서 비닐류 재활용품을 담는 용도로 쓰인다. 기존 녹색 그물망에는 페트병, 캔, 병, 플라스틱 등의 재활용품을 담으면 된다.
문제는 각 구·군 동주민센터를 통해 무상으로 제공되는 이 분리수거 그물망이 일부 주택가에서 ‘분실’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리수거 다음날 나가보면 지난 밤 사이 ‘실종’됐거나 남의 집 앞에 떡하니 버려져 있기 일쑤라는 거다.
주민 C(37·울주군 범서읍)씨는 “비상용으로 깨끗한 것을 챙기려는 속셈이거나 한 집에서 도둑맞으면 또 다른 집에서 훔쳐가는 악순환 아니겠느냐”며 “그물망으로 양파와 마늘 등을 담아서 밖에 널어두는 집도 본 적 있는데, 시민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D(40·남구 신정동)씨는 “동주민센터에서 5개까지 받아봤는데, 이제는 포기하고 큰 비닐에 담아둔다”며 “아침에 그물망을 가지러 나가면 옆 빌라 근처에 있을 때도 있고,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사라져 있어 정말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당장 재활용품을 처리해야하는 주민들은 지자체의 분리수거망 지급에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모 동에서는 전입 신고시 한 번만 받을 수 있다’ ‘수 회 받아봤는데 가능하더라’ ‘받으러 갈 때마다 눈치 보인다’ 등 의견이 분분하다.
취재결과, 각 지자체에서는 세대주명과 거주지 주소를 정확히 밝히면 횟수에 상관없이 무상 지급하고 있다. 다만, 음식물배출쓰레기통은 전입 신고자에 한해 1회 무상 지급되며, 그 뒤로는 비용을 들여 직접 구입해야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건전한 시민의식을 지닌 주민이라면 누구든지 분리수거 그물망 배출에 동참한다는 전제하에 직원 확인 후 무료로 나눠드리고 있다”며 “주민의 편리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분리수거 그물망 배출 제도인 만큼, 앞으로 주인 모르게 분실되거나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모두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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