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6세 때부터 고2까지 성폭력…네가 예뻐서 그래, 둘만의 비밀이야”
이모부 “남자의 욕정만은 아니었다…가족 위해 침묵해줘 고맙다”
검찰, 증거불충분 ‘불기소처분’…조카 검찰항고 진행

속보=20대 조카와 60대 이모부가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와 피의자로 엮여 진흙탕 속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본지 7월3일자 6면

피해자 진술이 사건의 유일한 단서인 상황에서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되자 검찰이 성폭력 가해자로 고발된 이모부에게 무혐의를 처분했기 때문이다.

실제 조카 A(26)씨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고2까지 십 수 년 간 이모부 B(64)씨에게 성폭력을 당해왔다며 지난해 10월 해바라기센터를 통해 뒤늦게 고소에 나섰다.

고소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13세미만 미성년자강간등)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강간등)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청소년강간등) 등 3개다.

하지만 의정부지방검찰청은 지난달 28일 B씨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13세미만 미성년자강간’과 ‘강간’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를, ‘청소년강간’ 혐의는 고소기간이 지나 공소권 없음을 결정한 것이다.

A씨는 “성폭력 피해자가 바로 나인데 어떻게 내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거냐”며 검찰항고를 준비 중이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0월, 해바라기센터에서 이뤄진 성폭력 피해 수사 과정에서 여섯 살 때 이모부인 B씨에게 처음 성추행을 당한 뒤 열여덟 살인 고2 때까지 무려 13년간 유사강간행위 등의 성폭력을 당해왔다고 진술했다.

당시 진술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여섯 살 때 아빠가 운전 중이던 차 안 조수석에서 이모부 무릎 위에 앉은 상태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매년 여름방학 때 강원도에 있는 외갓집으로 놀러갔는데 친척들이 다함께 물놀이를 간 곳에서도 성추행을 당하곤 했다. 당시 B씨는 강가에서 텐트를 치고 사촌들과 함께 놀고 있던 A씨에게 접근해 “물에 들어가서 놀자”며 강으로 데리고 들어갔고, 물속에서 성추행했다. 강가로 데려다주겠다며 A씨를 자신의 차 뒷좌석에 태운 뒤 유사강간행위를 했다.

A씨가 고등학생이 되고나선 자신의 집에 놀러온 A씨를 성폭행하려다 거세게 저항해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그동안 A씨는 ‘나 하나 입 다물면 가족이 평안하다’는 생각에 줄곧 침묵했고, 성인이 되자 이모부를 피해 아무 연고도 없는 타지역으로 홀로 이사 갔다.

하지만 2017년 12월, B씨가 사주팔자를 구실로 전화를 걸어 “네게 전해 줄 부적이 있으니 만나자. 너와 나는 부부였으면 대운이 트는 궁합이다. 이제 합(合)을 이루자”며 성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요구를 해오자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

A씨가 증거로 제출한 전화통화 녹취록에는 ‘옛날에 네 어렸을 때 이모부가 네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 있는 그런 행위를 했잖아. 우리 집에 왔을 적에도 내가 2층에서 그렇게 행동을 취하려고 했잖아’, ‘남자의 욕정만 가지고 그랬다면 내 욕심을 채울 수도 있었겠지’, ‘이모부는 죽는 순간까지 너한테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침묵해줘서 고맙다’라는 B씨와의 대화내용이 담겨있다.

A씨는 진술 조서에서 “어렸을 때는 이모부의 행동이 성추행인지도 몰랐다. 내가 싫다고 하지 말아달라고 빌어도 이모부는 ‘네가 예뻐서 그래’라며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라고 했다”며 “중학교에 올라가 성교육을 받고서야 내가 당한 게 성추행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저항했지만 이모부는 ‘이렇게 해야 여자가 되는 거’라며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B씨는 자신의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성추행과 유사성행위를 한 사실이 없는데다 2006년 이후로는 A씨를 만나지 않았고, 2017년에는 A씨측 변호사 사무장이 자신에게 전화를 해 돈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자 A씨가 거짓말을 하는 거라고 반박했다.

또 B씨는 자신의 음성이 담긴 전화 녹취록에 대해선 “A가 8살 때 쯤 볼과 어깨를 만진 적 있는데 ‘엄마한테 이른다’고 했고, 요즘 미투가 이슈다보니 A가 이야기를 부풀릴까 걱정돼 달래는 차원에서 전화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17년 겨울, A씨의 사무장이라는 사람으로부터 금전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는데 이에 응하지 않자 A씨가 거짓말하고 있다고도 반박했다.

이처럼 A씨와 B씨의 주장이 180도 엇갈리는데도 검찰이 B씨 손을 들어준 데는 A씨의 피해 진술이 믿을 만한 건지 아닌지를 판단한 전문가 의견이 결정타가 됐다.

경찰은 B씨가 범행을 부인하자 폴리그래프(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실시했지만 ‘판단불능’ 결과가 나왔고, 진술분석전문가는 A씨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성과 관련된 구체적·세부적 표현이 생략된 데다, 현재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고, 의심스러운 동기나 정황 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검찰은 “이 사건의 유일한 단서인 피해자 진술마저 신빙성이 낮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돼 범죄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지난해 5월 법원에 B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B씨는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난 이후 A씨 부모를 만나 ‘합의금’ 명목으로 3,000만원을 제시했으나 A씨는 거부했다.

이모부와 기자의 전화통화 음성파일은 25일 홈페이지(www.iusm.co.kr)와 유튜브 울산매일 UTV 채널(www.youtube.com/user/iusm009)에서 확인할 수 있다. UTV는 지난 7월3일 <친족 성폭력 피해자 녹취> 영상을 한차례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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