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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세

기사승인 2019.08.13  22:30:00

김백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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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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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형 시인




반백이라고 하면 머리가 하얗게 센 듯하다가 
오십이라고 하니까 반 토막 같다 
다시, 반세기! 하고 뇌까려보니 나도 역사의 한 페이지 같다가도 
쉰이라고 하니까 팍팍 쉰내가 난다 
지천명은 무슨, 아직 나를 모르는데 하늘의 뜻을 알리 있겠는가 
다만 나이테를 떠올려보니 내가 나를 가두어온 시간이었다 
간신히 뿌리 내렸고 갈 길 몰라 가지에 가지를 쳤고 
궤변만 무성히 잎사귀로 피어냈지만 죄다 낯붉히며 지고 말았다 
몇 번의 대통령을 뽑았고 몇 번의 붕괴에도 용케 살았지만 
비명에 먼저 간 형제들 있어 울음은 기억만 남기고 증발해버렸다 
그러나 여직 오십을 돌보는 일흔여섯이 그늘까지 빼앗긴 텃밭에 쪼그려 앉아 
외로움 솎아내고 있으니 눈꼬리가 습해온다 
나는 나를 결심하지 않기로 한다 
다가오지 않은 시간들 애써 내다보며 더 빨리 흘러가지 않기로 한다 
지나간 것은 내가 아니라 허물이니까 
이제부터 내 나이는 쉬운, 이니까

◆ 詩이야기  : 누구는 나이를 세월의 속도라 하지만 나의 나이는 포기한 것들의 개수이다. 평생의 반은 기억할 일을 만들며 살고, 나머지 반은 기억하며 산다했던가.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이라는 가정 앞에서 나는 주저 없이 고개를 저어버린다. 

◆약력 
2017년 『문학의 오늘』 『실천문학』 제6회 오장환신인문학상 당선 
2019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김백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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