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울산 남구 옥동과 북구 농소를 잇는 ‘이예로’ 공사현장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8월 13일자 1면, 14일자 5면, 16일자 5면 보도)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 종사자들은 이같은 일들이 오랫동안 이어져온 ‘관행적인 비리’라는 지적을 했다. 접근과 이해가 어려운 전문적인 분야인 건설현장은 폐쇄적이고, 그만큼 관계자들이 ‘묵인’하는 비리가 비일비재하단 것이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현장 한두곳에서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 ‘甲 중의 甲’, 현장소장의 무한 권력= 옥동~농소 1구간 공사현장에서 시공사인 고려개발(주)의 현장소장이 ‘암석’을 빼돌린 것을 두고 건설업 종사자들은 “놀랍지도 않은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공공기관 토목 담당 공무원은 “요즘 세상에 그렇게 허술하게 일을 처리하는 현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현장에서 현장소장의 권력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면서 “현장소장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해도 바른 말을 하기 힘든 게 현장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다른 종사자는 “시공사는 현장에서 ‘갑’이고, 현장소장은 그 중에서도 ‘갑’으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목숨 줄을 다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작업 내내 현장소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수시로 하고, 시공사가 담당해야 할 주변 민원까지도 도맡아 처리해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 “일감 챙기려면…” 친분의 그림자= 시공사와 현장소장에 달린 ‘목숨’은 ‘일감’이고, 하도급업체와 그 아래 하도급업체, 다시 그곳에 계약된 인부들까지 수백여명에 이른다. 현장에서 ‘일’을 따내거나, 지키는 수단은 ‘능력’보단 누군가의 ‘친분’이나 ‘연줄’로 통한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울산의 덤프트럭 배차 등을 담당하는 A업체는 최근 골재와 레미콘 등을 다루는 중구의 한 업체와 손을 잡은 뒤 비교적 수월하게 일감을 챙기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토’를 처리하는 것이 골칫거리인데, 시공사 입장에서는 ‘사토장’을 확보·연계할 수 있는 A업체가 반가운 존재인 셈이다.
외부 ‘연줄’로 몸값을 올린 A업체는 나은 편이다. 상당수 업체는 누군가의 ‘인맥’과 닿아있다.
한 중장비 노동자는 “현장에 투입된 업체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고, 관급공사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A업체와 같이 외부 ‘사토장’을 끌고 오는 경우도 있고, 현장소장 또는 관계자와 친분이나 연줄이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말했다.

# ‘받은 돈 되돌려주기’도 일쑤= 감시를 받지 않는 권력과 폐쇄적인 집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결국 ‘돈’이다. 지급받은 임금이나 대금의 일부를 되돌려주는 일명 ‘빽도’는 현장에서 수없이 이뤄지고 있다.
한 건설기계 노동자는 “계좌로 얼마를 넣었는데, 약속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는 어디 계좌로 다시 넣으라는 요구가 현장마다 있었다”면서 “그 차액이 일당 기준으로 적게는 몇만원, 많게는 20만원까지였다”고 말했다.
한 예로 덤프트럭 기사들은 유류비를 제외하고 하루 일당 45만원을 약속받고 일을 한다. 기사 입장에서는 하루 종일 어느 구간을 몇차례 오가든 상관이 없다. 하지만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 등은 거리와 횟수 등에 따라 ‘단가’를 계산한다. 회당 7만원인 거리를 8차례 오갔다면 서류상 대금은 56만원이 되는데, 유류비를 별도 비용으로 처리하면 차액 11만원은 고스란히 ‘눈 먼 돈’이 된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원청 시공사의 서류상 ‘비용’을 맞추기 위해 가짜 영수증을 챙겨 제출하는 등의 일들은 일상”이라며 “책임 감리를 두는 관급공사에서도 세부적인 비용을 다 들여다보지 않아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사 도면이나 현장에서 이뤄지는 작업들이 관련 지식이나 정보가 없으면 어느 정도의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인지, 설계대로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내부에서 터져 나오지 않으면 현장에 널린 ‘비리’들은 계속 묵인될 수밖에 없는데, 다음 일감을 위해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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