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setNet1_2

【박영식 시인 ‘육필의 향기’】 (159)노중석 시인의 ‘정원에서’

기사승인 2019.10.09  22:30:02

고은정

공유
16면  
default_news_ad1
   
 
  ▲ 노중석 시인의 ‘정원에서’ 육필원고.  
 

정원에서

두 손을 뻗쳐들고 먼 하늘 내밀던 가지

물무늬 하나 없이 바람 속을 휘젓더니
한 송이 싱싱한 꽃을 낚아 올려 보이고

꽃잎을 창으로 열고 내다보는 눈이 있어
주름진 조약돌 곤한 잠에 빠져들고
바람만 혼자 나와서 가지 사일 누빌 때

기진한 짐승처럼 햇빛 아래 누운 연못
한 마리 소금쟁이 재빨리 달아나고
아득한 태초의 넋이 뒤척이는 물빛 속


●벌써 물이 차다. 이 차다는 말은 시나브로 잎들이 떨어져 바닥이 빤한 물속같이 드려다 보인다는 얘기다. 밤을 통해 울어대던 벌레들은 이제 더 이상 울지 않는다. 머잖아 잔잔히 주름졌던 못물뿐 아니라 세상사람 마음까지도 꽁꽁 얼어붙게 할 것이다. 삽상한 가을바람 앞에서 풀어진 옷자락의 단추를 채우며 나 자신, 혹은 내 주위를 둘러봄은 어떨까. 세월은 마냥 내 좋아라고 머뭇대지만은 않는다. 내일엔 또 많은 것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시조시인·서예가 노중석(盧中錫·1946년~ ). 경남 창녕 출생. 대구교육대학, 대구대학교,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석사). 1977년 민족시백일장 장원, 197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가작(單首片片),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庭園에서/가을). 시조집 《비사벌 詩抄》, 《하늘다람쥐》, 《꿈틀대는 적막》 등. 금복문화상(문학), 효원문화상(서예), 경상북도 초대작가상(서예), 이호우시조문학상 수상 외. 〈시조 21〉 편집위원.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운영위원 역임. 현재 한국서예협회 상임부이사장, 한국서협 경북지회 명예회장.


고은정 kowriter1@iusm.co.kr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ad28
ad30
default_side_ad1

포토

1 2 3
set_P1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