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23년만에 파업에 나섰다. 간부급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150여명이 참여한 파업으로 비교적 적은 규모였지만, 22년 연속 무분규를 달성한 사업장에서 이뤄진 파업으로 상징성은 컸다.

13일 현대미포조선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11일 오후 1시부터 4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파업 시작 후 울산 본사에서 집회를 한 뒤 행진했다.

파업에는 간부와 조합원 등 150여명이 참여했다. 파업 참가규모가 적어 실제 생산 차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파업 상징성은 컸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까지 22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단체협약을 채결한 바 있다. 이번 파업으로 이 기록도 깨지게 됐다.

이 사업장 노사는 지난 5월 31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지난달 30일까지 모두 23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다. 그러나 사측은 임금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노조는 이에 반발해 이날 파업을 벌였다.

노조 측은 “수년간 임금동결 수준 제시안을 감내한 노조의 선의를 회사가 악용하고 있다”며 “사측은 진정성 있는 제시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가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대비 39% 상승한 580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는데도 내년 경기 하락을 우려해 임금 부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해 노조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제시안 마련이 당장 힘들다는 태도다.

사측은 노조 파업에 앞서 사내소식지에 “내년 경영환경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임금 부분을 제외한 다른 부분부터 매듭짓고자 했으나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회사 제시안은 경영환경과 지불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지 파업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현대미포조선 임협이 사실상 형제 회사인 현대중공업 임협 등에 눈치를 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중공업 교섭은 올해 5월 법인분할(물적분할) 주주총회를 둘러싼 노사 갈등 이후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교섭은 23년만에 노조가 파업을 벌인 데 이어 올해 처음으로 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이달 말 차기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있어, 교섭 자체가 차기 집행부로 넘어갈 수 있는데, 재상견례와 의견조율 등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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