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석정 시인.  
 

고향



심석정



홀로 익어 덩그런

누렁호박 한 덩이와



씨앗들 다 내려놓은

빈 대궁

목울대와



석양에

뒤꿈치 들고 선

흰 고무신

한 켤레





◆詩이야기

가을이다.

나뭇잎들은 바야흐로 제 색깔대로 물이 들고, 풀벌레 소리도 또랑또랑하다. 고향에는 가을걷이가 한창이겠다. 세상의 부모님들은 튼실한 농산물을 골라 대처의 자식들에게 보내느라 시골 우체국도 북적대겠다.

재래시장 바닥에 나앉은 누렁덩이 호박이 한달음에 고향으로 데려간다.

문밖을 서성이셨을 어머니 등 뒤의 노을은 또 얼마나 붉었을 것인가.





◆ 약력

2004년 계간《시조문학》등단.

시조집 『향기를 배접하다』, 『물푸레나무를 읽다』 출간.

울산시조문학상. 이호우·이영도시조문학상 신인상. 울산문학 올해의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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