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욱 동구의회 의장

조선업 몰락 후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고 싶은 도시’ 지향
다양한 사업 추진…가장 인구밀도 높고 경제활동 활발
인프라 구축하고 시너지효과 위해 꾸준히 의견수렴해야

울산 동구의 위기는 현대중공업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지난 1974년 현대중공업이 미포만에 들어서면서 이를 계기로 도시가 성장했다. 현대중공업이 없었다면 지금이 동구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된 조선업 위기로 동구주민들은 그동안 동구가 현대중공업에 너무나 많이 의지를 하고 있었다 것을 깨달았다. 현대중공업이 잘 나갈 때는 든든한 존재지만, 위기를 겪을 때는 동구 전체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동구가 자생할 수 있는 탄탄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동구청과 동구의회는 지난 11월 3일부터 10일까지 8일간의 일정으로 3곳의 북유럽 우수 선진도시 견학을 다녀왔다. 일정 가운데 단연 핵심은 ‘스웨덴 말뫼시’ 였다. 
스웨덴 남쪽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말뫼시는 1870년 코쿰스조선소가 말뫼 서부항에 문을 열면서 195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1970년대 두차례 오일쇼크에 따른 타격을 입으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이후 정부의 조선소 국유화, 인력 30%감축, 공적자금 349억크로나(4조4,000억원) 투입 등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1987년 코쿰스조선소는 결국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다. 2003년 코쿰스조선소에 있던 크레인은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팔렸고, 이는 당시 스웨덴 국영방송이 장송곡과 함께 내보내면서 ‘말뫼의 눈물’이라는 제목이 붙어 국제적으로 유명해졌다. 
이번 견학에서 말뫼의 눈물이 기적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되는 등 조선업이 몰락한 도시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말뫼의 변화는 동구도 미래 세대를 위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말뫼의 목표는 ‘젊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살고 싶은 도시’였다. 이를 위해 시작한 대표적인 사업은 덴마크 코펜하겐과 말뫼를 잇는 ‘외레순드’(Øresund) 대교 건설을 마무리하는 것과 말뫼대학교를 설립하는 것이었다. 
2000년 7월 지상구간 8㎞, 해저구간 5㎞의 외레순드 대교가 개통되자 말뫼와 코펜하겐은 같은 경제구역으로 묶였다. 매일 두 도시를 오가는 통근자 수가 2만 명이 넘으면서 현재 북유럽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고 경제활동이 활발한 ‘외레순드 구역’으로 불린다. 
1998년 설립된 말뫼 대학교는 ‘청년들이 살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 새로운 학문을 연구하고 실험할 곳이 꼭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기존의 노동집약적 산업을 탈피한 신재생에너지, IT, 바이오 등 첨단 산업 중심의 지식도시(Knowledge City)로 전환과 젊은 연구원, 대학생들의 정착을 위한 도시 정비, 사회안전망 구축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며 ‘말뫼의 기적’은 완성됐다. 
현재 동구도 변화를 겪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해양관광 산업육성이 있다. 동구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고 싶은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대왕암케이블카와 대왕암공원 출렁다리 조성 사업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동구는 이제 간신히 첫걸음을 뗐고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고 싶은 도시’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부족한 관광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꾸준히 수렴해야 한다. 말뫼의 경우 1994년 도시를 되살리기 위해 시민 대표들과 전문가로 구성된 테스크포스를 구성, 6개월간의 토론을 통해 비전을 정하고 ‘말뫼  2000’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발표됐다. 
동구는 위기 속에서 변화를 시도했고, 이제 변화가 가시화하고 있다. 말뫼의 변화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았다. 몇 가지 사업만으로 성공을 이룬 것도 아니다. 조급하지 않고 너무나 신중했다. 동구도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변화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 길이 어딘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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