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초29의 한국 중학생 신기록, 일반부 합해도 2019년 한국 2위

"계속 잘해야 한다는 부담…그래도 꾸준히 개인 기록 깨는 선수 될래요"

26일 서울 노보텔 앰버서더 동대문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한국 육상의 희망 양예빈. 연합뉴스

작은 목소리로 "계속 잘해야 합니다"라고 답하던 양예빈(15·계룡중)은 '54초'가 화두에 오르자 "당연하죠. 2020년에는 꼭 54초대에 진입할 겁니다"라고 또렷하게 말했다.

한국 육상 역사상 '가장 유명한 중학생 선수'인 양예빈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0년 '54초대 진입'을 꿈꾼다.

양예빈은 26일 오후 서울 노보텔 앰버서더 동대문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양예빈은 "수상 소감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어쩌죠"라며 한껏 긴장했다. 수상한 뒤에도 수줍게 "저를 도와주신 김은혜 코치님 등 선생님, 가족들께 감사하다"고 짧게 말했다.

달리지 않을 때, 양예빈은 수줍은 중학생이다. 양예빈 자신도 "내가 소심한 편이다. 감정 표현을 잘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미 '한국 육상의 미래'로 주목받지만 "세계적인 선수들과는 격차가 크다. 부족한 게 너무 많다"며 거창한 목표를 말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내 기록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는 확실하다.

양예빈은 "매번 내 기록을 넘겠다는 생각으로 뛴다. 올해 55초대를 뛰었으니까, 내년에는 54초대에 진입해야 한다. 당연히 도달해야 할 목표다"라고 했다.

양예빈은 올해 7월 2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제40회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 여자 중학교 400m 결선에서 55초29로 우승했다. 29년 동안 멈춰 있던 한국 여자 중학생 기록(1990년 김동숙, 55초60)을 0.31초 단축한 신기록이었다.

양예빈은 8월 10일 추계 전국중고육상경기대회 여중부 400m 결선에서도 55초35로 우승했다. 자신이 보유한 한국 여자 중학생 기록보다 0.06초 느렸지만, 역대 2위의 뛰어난 기록이다.

양예빈은 2번 연속 55초대 초반의 기록으로 만들며 올 시즌을 끝냈다.

그는 "54초대 기록을 세웠으면 더 좋았겠지만, 55초대 초반을 뛸 수 있다는 걸 확인한 건 만족스럽다"며 "계속 열심히 훈련해서 꾸준히 기록을 단축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양예빈은 2019년 18세 이하 여자 400m 아시아랭킹 12위다. 그러나 양예빈보다 좋은 기록을 만든 아시아 선수는 모두 2002, 2003년생이다. 2004년 이후에 태어난 아시아 선수 중에는 양예빈이 가장 빠르다.

양예빈이 7월 2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제40회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 여자 중학교 400m 결선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육상은 양예빈이 아시아 무대에서도 정상급 선수가 되길 바란다. 사실 '15세 때 기록'만 살펴보면 양예빈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400m 금메달리스트 쇼네이 밀러-위보(25·바하마)의 15살(2009년) 400m 최고기록은 55초52였다. 현재 15살인 양예빈의 최고기록 55초29보다 0.23초 느리다.

양예빈이 가장 존경하는 '모범생 스프린터' 앨리슨 펠릭스(34·미국)는 17살이던 2002년에 처음 55초대(55초02)에 진입했다.

2019 도하 세계선수권 여자 400m 우승자인 살와 나세르(21·바레인)는 15살이던 2013년까지 54초대를 뛰던 선수다.

밀러-위보와 펠릭스, 나세르 모두 '400m 근육'을 키운 뒤에 1년 사이 3초 정도를 당기며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했다.

양예빈은 "세계적인 선수의 영상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잘 뛸까'라고 감탄한다"라고 말하면서도 "나도 꾸준히 기록을 단축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2018년 양예빈의 400m 개인 최고 기록은 57초51이었다. 1년 사이에 무려 2초22를 단축했다. 그렇게 또 한 번 크게 기록을 단축하면 아시아 정상권 선수로 도약할 수 있다.

양예빈은 12살 때 육상에 입문했다. 처음에는 멀리뛰기 등 도약 종목 선수였다.

그러나 김은혜 코치의 권유로 13살 때 트랙 종목으로 전향했고, 2년 만에 한국 최고 선수가 됐다. 2019년 한국 여자 400m 랭킹 1위는 55초19를 기록한 신다혜(김포시청)다.

중학생인 양예빈은 올해 한국 여자 400m 전체 2위다.'

2020년 양예빈은 고교에 진학해 조금 더 큰 무대에 오른다. 사실 고등부에는 적수가 없다.

양예빈은 "누구나 갑자기 기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나보다 잘 뛰는 선수는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한국 육상은 양예빈의 압도적인 질주를 예상하고, 기대한다.

양예빈은 2019년 5월 전국소년체전 여자 1600m 계주 마지막 주자로 나서서 30m 앞선 선수를 제치고 장면이 담긴 유튜브 영상으로 '깜짝 스타'가 됐다.

이후 양예빈은 기록으로 관심을 더 키웠다.

양예빈의 '스타성'에 주목한 많은 에이전스와 스포츠 브랜드들이 후원을 제안했다. 그러나 양예빈의 아버지 양태영 씨는 "지금 예빈이는 돈을 벌 때가 아니다. 열심히 배우기만 할 시기"라며 정중하게 사양했다.

양예빈의 가족과 김은혜 코치는 '트랙 밖'에서는 양예빈을 평범한 학생으로 키운다. 그래서 더 양예빈은 육상에 집중할 수 있다.

"2019년은 정말 특별한 해였다. 그러나 한 해만 반짝하는 선수가 되진 않겠다"라는 '육상 선수' 양예빈의 각오도 단단하다.

육상계의 뜨거운 관심과 주변의 적절한 보호 속에 양예빈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진다. 동시에 한국 육상의 희망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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