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익명의 70대가 전달한 현금 300만원. 울산 중구청 제공  
 

참전유공자인 한 기초생활 수급자가 지역의 더 힘든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며 주민센터에 익명으로 현금 300만원을 전달했다.
9일 중구 병영1동 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한 70대 A씨는 기초생활수급 담당 공무원에게 다가가 갑자기 돈 뭉치를 던지고 훌쩍 밖으로 떠났다.
그가 던진 돈 뭉치는 5만원권 60장, 총 300만원이었다.
이 모습에 놀란 공무원들은 혹시 A씨가 극단적인 행동을 할 마음에 평소 알던 공무원에게 마지막 인사를 겸해 이런 행동을 한 줄 알고 바로 쫓아가 붙잡았다.
A씨는 자신을 붙잡은 공무원들에게 “부끄럽다. 마!”고 수 차례 외치다 공무원들의 설득에 다시 센터로 돌아와 돈을 두고 간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A씨는 “평소 국가의 혜택을 많이 보며 살았고, 항상 주위의 관심과 도움을 받아 이에 대한 고마움도 크다”면서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이 많을 텐데 나도 조금이나마 누구를 돕는 데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A씨의 이야기를 들은 공무원들은 놀랐다. 기부를 한 A씨가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병영1동 관계자에 따르면 월남전 참전 유공자인 A씨는 한쪽 손목이 절단된 장애인으로 그동안 참전수당과 장애인연금,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원받아 생활해 왔다.
A씨가 이날 기부한 돈은 이러한 지원금 중 생활비를 제외하고 수년간 모아왔던 돈이다.
그는 “혼자 살다 보니 돈 쓸일이 크게 없었고 남들 보기에 큰 돈은 아닐 수 있겠지만 내 마음인만큼 잘 전달해달라”며 “남들이 다 하는 일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정말 부담스러우니 절대 얼굴이 알려지지 않게 도와달라”고 신신당부했다.
병영1동 관계자는 A씨가 전달한 300만원을 의료지원이 필요한 지역 내 독거노인과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고학생 등 6세대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