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 시인의 시 ‘가을 창문’ 육필 원고.  
 

가을 창문



금 간 유리창에 고추잠자리가 입맞춤한다

안을 들여다보던 그림자가 우물쭈물하고 있다

세상은 창문으로 다 볼 수 없었고

유리창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안개비에는 모서리가 없다

세월은 여러 토막으로 끊어지고

손때가 닳은 저녁이 어스름 볕에 깎인다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창 앞으로 몰려온다!

창밖에는 새로 돋아난 달이 몸을 비비고 있다



어둠이 몸을 들이미는 시간

창 앞에 오래 서 있어 본 사람들은

가슴속에 저마다의 무늬를 가진다

접촉 불량의 창문은

와장창 깨지는 소리를 키우고 있다

금 간 유리창에 얼굴을 갖다 대면

오늘과 내일을 모르는 사람처럼 등을 돌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유리창을 보고 있으면 엉뚱한 생각이 든다. 표 나지 않는 경계는 안이면서 밖이고 밖이면서 안이다. 처음 유리창을 만들었을 때 사람들은 어떤 의아심을 가졌을까. 하기야 요즘도 새떼뿐 아니라 간혹 출입문 유리에 머리를 부딪쳐 사고(?)를 당하는 사람도 있고 보면 귀신이 탄복할 노릇이었을 것이다. 「가을 창문」 참 매력적인 시다.



●시인 이윤(李允). 경남 밀양 출생. 2011년 창조문학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신인상 당선으로 문단 데뷔. 시집 《무심코 나팔꽃》(문학의 전당.2017). 2017년 김해문협 우수작품집상 수상. 한국작가회의, 경남작가회의, 김해문인협회, 밀양문학회 회원. 가야문화예술진흥회 편집장 5년 역임. 김해문인협회 사무국장 역임. 현재 편집장. 김해도립도서관 시창작반, 자서전쓰기 강사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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