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들과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팀이 급식실에서 튀김요리 시 발생하는 연기와 공기질을 측정하고 있다. 울산교육청 제공.  
 

‘환기되지 않는 급식실’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노후화된 환기용 후드 사용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매일 뜨거운 기름 앞에서 식재료를 굽고 튀기고 볶는 학교 급식실 종사자들의 호흡기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21일 울산지역의 한 학교 급식실 종사자는 “공동조리장의 경우 튀김류(탕수육, 돈까스 등), 부침류(김치전, 감자전, 계란말이 등)가 다양해서 동시에 만들면 기름·가스 냄새가 조리장 내부에 진동해 조리실무사들은 두통에 호흡곤란까지 느낀다”며 “일산화탄소 알람, 환풍기가 설치돼 있지만 시설과 공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수압이 약해 후드 청소는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교 급식종사자는 “급식실 리모델링을 하면서 환풍기 위치를 잘못 선정해 기능을 못할 뿐만 아니라 환풍기를 아예 없애버린 곳도 있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학교 급식종사자들은 수백명이 먹을 분량의 식재료를 조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과 각종 가스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018년 2월 기준 전국의 학교 급식종사자는 7만1,219명이며 대부분 40~50대 중년 여성들이다.

실제로 울산시교육청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공동 추진한 ‘급식종사자 호흡기 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급식 조리과정을 정밀 조사한 2개교 중 1개교에서 일산화탄소가 일시적으로 단시간 노출기준 200ppm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기시 실내공기질 유지기준 이하로 떨어지는 양상도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관리 부실한 ‘환기용 후드’(환풍기 덮개)라는 게 급식업계의 설명이다. 공기순환만 제대로 되도 폐 등 호흡기 질환 등을 줄일 수 있는데, 후드 성능 자체가 불량해 이마저도 힘들다는 거다.

지역의료계 관계자는 “밀폐된 공간에서 대량 조리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환기를 자주하는 것”이라며 “호흡기 질환은 기관지, 폐와 직결되는 것으로 추후 폐암과 같은 큰 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울산교육청은 올해 정기 안전점검대상 90개교를 포함한 모든 급식실에 후드점검용 풍향풍속계를 이용한 급식실 배기 성능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 후드 성능이 불량한 급식실에 대해서는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이 가운데 울산교육청 관내 학교 급식 조리과정에서 발암성 물질 노출 수준이 기준 이하로 낮게 나왔다. 이는 울산지역 급식종사자들의 호흡기 건강은 비교적 양호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급식종사자 호흡기 건강실태조사에서 발암성 물질로 알려진 포름알데히드, 벤젠은 시간 가중 노출 평균 기준치보다 매우 낮은 수준으로 검출됐고, 다환방향족탄화수소 16종 중 발암성이 인정되고 있는 5종의 검출율은 10%이하로 낮았다.

이 건강실태조사는 표본조사(작업환경설문지) 69개교, 정밀조사(유해물질측정) 24개교 등 93개교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또 인체 건강 영향을 살펴보고자 실험군인 급식종사자 60명과 대조군인 사무직 45명 등 105명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도 실시했다.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급식종사자 호흡기 건강실태조사는 학교 급식 조리시 발생하는 공기 중 유해물질을 측정하고, 폐암 발생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방안 모색과 급식종사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추진했다”며 “무엇보다 급식 조리 시 실내 환기의 중요성이 입증된 만큼 환기 교육을 철저히 하고, 안전보호구 착용 등 자극적 환경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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