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해 넘긴 임금협상을 설 연휴 전 마무리하는데 사실상 실패했다.

21일 현대중 노사는 오후 2시부터 울산 본사에서 2019년도 임금협상 38차 교섭을 가졌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교섭에서 노사는 설 전 타결을 목표로 집중 논의에 들어갔지만 이견만 확인했다.

회사는 임금과 성과급 등 핵심 쟁점에서 접점을 찾아 해 넘긴 교섭을 조속히 마무리하자고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지난해 법인분할(물적분할) 과정에서 해고와 정직, 감봉, 출근 정지 등 징계를 받은 조합원 1,400여명 명예가 회복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회사는 법과 규정에 따라 내린 징계를 임금 교섭 자리에서 다룰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노사가 이날 교섭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사실상 설 연휴 전 타결은 물 건너갔다.

잠정합의안을 24시간 공고한 뒤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해야 하는데다 현대일렉트릭 등 분할사 교섭도 마무리해야하기 때문이다.

노사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오는 23일 39차 교섭을 열고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입장 차가 워낙 크다 보니 설 연휴 이후에도 상황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는 이날 쟁의대책위원회 소식지를 통해 “사측은 ‘설 전 마무리해야 한다’며 조합원의 기대심만 부풀려놓고 조합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정안은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발생한 각종 현안문제는 사측으로 인해 발생한 일인 만큼 사측이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복성 징계와 고소·고발, 손해배상소송 등을 깡그리 무시한 채 돈 더 받자고 노동자 자존심을 내팽개칠 수는 없다”며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대중 노사는 지난해 5월 2일 임금협상 상견례를 시작으로 9개월 가까이 40여차례 교섭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해를 넘긴 상태다.

노사는 지난 2016년부터 4년 연속으로 단체교섭을 연내에 마무리하는데 실패했다.

회사는 앞서 지난달 10일 기본급 4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격려금 100%+150만원 지급 등이 담긴 제시안을 노조에 전달했다.

반면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2만3,526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 성과급 최소 250% 보장, 하청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다.

한편, 그룹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 노사는 지난달 30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2019년도 임금협상을 연내에 마무리 지었다.

노사는 기본급 4만7,000원 정액 인상(정기승급분 2만3,000원 포함), 경영위기극복격려금 100%, 노사화합격려금 150만원, 3년 연속 중대재해 ZERO 달성 축하금 100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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