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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연재소설】 계변쌍학무(13) "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야 새를 잡을 수 있는 법이지요”

기사승인 2020.05.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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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연재소설】 계변쌍학무(13)

                                          그림 : 배호

가지고 온 화살을 모두 날리고도 학의 깃 하나 떨어뜨리지 못하자 달구벌의 다섯 궁사들은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늘어선 구경꾼들 사이를 비집고 연기처럼 사라졌다. 

“어허, 고얀지고. 이 일을 도대체 어쩐단 말이냐?”

달구벌 궁사들의 이야기는 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다시 대신들을 불러 모아 회의를 열었다. 모두들 계속 명궁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뿐이었다. 누구하나 뾰족한 수를 내놓는 사람이 없었다. 왕은 하는 수 없이 국사를 불렀다.

“새는 작은 미물인데 어찌 사람이 잡지 못한단 말이요?”

“보아하니 힘과 기술만으로는 잡기 어려운 듯합니다.”

“그럼 무엇으로 잡는단 말이요. 국사께서 신통력으로 잡아보시오.”

“나무아미타불. 부처님께서는 살생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살생이 아니라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는 일이요. 방책이 있을 것 아니요.”

왕은 국사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왕의 힐책을 받은 국사는 오랫동안 뜸을 들이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새를 잡으려 하면 힘이 센 사람이나 기술이 좋은 사람은 필요가 없습니다. 새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야 새를 잡을 수 있는 법이지요.”

“서라벌에 새를 잘 아는 사람이 누구요? 국사께서는 알고 하시는 말씀이시지요?”

“예전에 저와 동문수학하다 파계한 석가치라는 자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석가치가? 여봐라 당장 석가치를 불러들여라.”

왕명을 받은 군사들이 득달같이 석가치의 집으로 달려갔다. 석가치는 의관을 차려입을 시간도 없이 군사들이 몰고 온 마차에 실려 궁으로 갔다. 왕의 앞에 끌려온 석가치는 죽을죄를 짓기라도 한 것처럼 바닥에 꿇어앉았다. 급하게 오느라 묶지도 못한 백발이 바닥까지 늘어져 얼굴을 덮었다.

           “그 아이를 보고 있으면
           사람을 보고 있는 것인지
           학을 보고 있는 것인지
           구분을 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궁에 들어오는 자가 머리가 그게 뭔가. 방자하기 이를 데 없구나. 얼굴을 들어보라.”

“소인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대도 서라벌의 백성으로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는 되어 있겠지?”

“물론입니다. 이 늙은이 몸을 바칠 곳이 있다면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목숨까지 바칠 일이야 없겠지만 우리 서라벌에서 새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자가 누구인지 말하라.”

“월정교 용마루 위의 학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새삼 서라벌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 어서 그 새에 대해 말해 보거라.”

“소신이 일찍이 이런 날이 올 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흠 알고 있었다니 다행이구나. 전에 고구려 군사가 쳐들어왔을 때도 서라벌의 백성들을 위로한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이번에도 어서 신통력을 발휘해 새를 물리칠 자를 뽑아 올리도록 하라.”

“월천의 하정어미 기생집에 아령이라는 기녀가 있습니다. 어미의 뱃속에서 나왔지만 알에서 나온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그 아이를 보고 있으면 사람을 보고 있는 것인지 학을 보고 있는 것인지 구분을 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당장 그 아이를 대령하라.”

“하지만 그 아이는 지금 서라벌에 없습니다. 잠시 기다려야 합니다.”

“뭐라고? 도대체 기생이 어디로 갔단 말이냐?”

“아마 태백산으로 갔을 것입니다. 월천의 새를 떨어뜨릴 사람을 데리러 간 줄 아옵니다.”

왕은 급한 마음에 태백산으로 가서 아령이라는 기생과 새를 떨어뜨릴 사람을 한꺼번에 데리고 오라고 했다. 석가치는 그렇게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면 모든 일이 어그러질 수 있다고 했다.

“조용히 기다리시면 저절로 일이 풀릴 것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렇다면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구나. 그대는 일이 어긋나지 않도록 단단히 지켜보도록 하라. 만일에 일이 잘못되는 날에는 목숨 보전하기기 쉽지 않을 것이다.”   <계속>

 

김태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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