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울산 울주군청 비둘기홀에서 ‘울주군 독립운동사 조사를 위한 연구용역’ 착수보고회가 열린 가운데 이선호 울주군수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울주군 제공)  
 

“진보든 보수든, 좌든 우든, 가리지 말고 독립운동사를 찾아내야 합니다.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지만, 제대로 된 독립운동의 역사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꼭 필요합니다. 독립운동 이후의 역사는 다른 측면에서 평가가 이뤄지겠죠.”
이선호 울산 울주군수가 2일 열린 ‘울주군 독립운동사 조사를 위한 연구용역’ 착수보고회에서 용역 수행사인 ㈜브랜드콘텐츠 측에 이같이 말했다. 사실상 울주군 출신의 대표적인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학암 이관술(李觀述 1902~1950)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이번 용역 사업은 그동안 울주군지역에 전무하다시피 한 독립운동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기초적인 학술용역이다. 군비 4,400만원을 들여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정리해 올 12월까지 결과 보고서 작성을 완료한다는 게 계획이다.
용역 수행사인 ㈜브랜드콘텐츠 측은 울주군 출신의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의 거점 등으로 이용된 장소 등을 중심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사회주의계열 등으로 조명 받지 못했거나, 발굴되지 않은 독립운동가를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대표적인 인물이 학암 이관술이다. 울주군 범서읍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이관술은 ‘경성콤그룹’을 결성하고 잡지 편찬을 통한 교육운동과 항일독립운동에 앞장서다 수배와 체포를 거듭하는 고초를 겪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된 중에도 반곡초등학교를 짓는 데 500평이 넘는 땅을 기증했던 이관술은 사회주의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어떠한 공적도 인정받지 못했다. 범서읍 입암리에 위치한 이관술 생가와 비석이 없는 비석자리 등도 세상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날 착수보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사상을 떠나 이관술의 독립운동 업적은 사실관계 그대로 정립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브랜드콘텐츠의 박한용 박사도 “울주군 출신으로, 전국을 무대로 독립운동을 펼친 중심적인 인물”이라며 “이를 배제하면 역사의 고리가 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성 중심의 독립운동가 발굴에서 벗어나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조사도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배문석 울산노동역사관 사무국장은 “울주군 언양 일대는 청년회운동, 특히 여성청년회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졌던 지역”이라며 “언양 만세운동에서 가슴에 흉탄을 맞고 쓰러진 손입분은 울산지역 첫 순국자였다”고 말했다.
울주군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주문도 있었다. 울산대학교 정계향 교수는 “언양현은 1914년에서야 울산군과 통합됐고, 이전까지는 완전히 독립된 지역으로 독립운동의 성향이나 조직 등도 맥을 달리 한다”며 “그 안에서도 언양읍성 일대와 상북면 주변의 독립운동 조직이나 활동이 신분체계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외에도 1915년 천도교 중심 사상을 새겨 항일의지를 드러냈던 언양의 ‘인내천바위’, 독립운동가들의 모임 장소이자 ‘민족 자주정신이 청사에 남으리라’는 뜻의 ‘청사대(靑史臺)’ 등 그동안 소외됐던 울주군의 독립운동 유적지도 조사·분석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 용역은 이날 제시된 의견을 종합한 뒤 자료조사 등을 실시하고, 오는 9월 중간보고회를 거쳐 12월 최종보고회를 계획하고 있다. 울주군은 이 자료를 토대로 독립운동 기념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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