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이준희(왼쪽 두번째) 교수 연구팀.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 기존 메모리와 새로 고안된 메모리의 정보 저장 방식 비교.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기술에 필요한 저전력·고속작동 메모리 반도체의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준희 교수팀이 기존에 수천 개의 원자에 저장되는 정보(1bit)를 단위 원자 수준에 저장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입증했다고 2일 밝혔다.

강유전체(Ferroelectrics) 메모리(FeRAM)는 강유전체 내부의 ‘자석 N-S극과 같은’ 전기쌍극자가 외부전압을 따라 정렬되는 ‘분극현상’을 이용해 정보 저장한다. 전력소모가 적고, 작동이 빠르며, 전원이 끊겨도 정보가 날아가지 않아 기존의 D램이나 플래시 메모를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로 꼽힌다.

하지만 FeRAM은 저장용량에 한계가 있다. 용량을 늘리려면 하나의 메모리 칩 안에 들어가는 소자 크기를 줄여 최대한 많은 소자를 집적해야 하는데, 강유전체의 경우 물질 크기가 줄면서 정보를 저장하는 원리인 분극현상이 사라진다. 분극이 일어나는 최소 단위인 ‘도메인’이 최소 원자 수천 개 이상이 모여야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FeRAM 연구는 도메인을 얼마나 작게 만드느냐에 집중돼 있었다.

연구진은 강유전체인 산화하프늄(HfO2)에서 도메인이 아닌 단위격자(Unit Cell) 하나, 즉 산소 원자 4개에 정보 1비트를 저장 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입증해냈다. 이는 1bit를 저장하기 위해 원자 수천 개 필요하다는 기존의 연구 패러다임을 뒤집는 획기적인 연구다.

이 이론을 메모리 반도체에 적용할 경우 1,000배 이상 집적도를 끌어 올릴 수 있다. 평면 메모리 반도체 단위 면적당 저장 가능한 정보(bit)의 양이 현재 0.1Tbit(테라비트)/cm2 수준에서 500 Tbit/cm2로 증가 하게 된다.

연구진은 그래핀과 같은 이차원 물질(원자하나 두께로 얇은 물질)이나 영하 200℃ 이하의 극한 환경에 국한된 ‘평평한 에너지 띠 이론’(Flat Energy Band Theory)을 강유전체에 적용했다. 평평한 에너지 띠 이론에 따르면 원자간 탄성 없이 원자를 하나씩 개별적으로 조절 가능하다.

일반적인 강유전체에 정보 입력을 위해서 전압을 가할 경우, 마치 용수철과 같은 원자간 탄성 상호작용 때문에 수십 나노 크기에 이르는 수천 개의 원자가 동시에 움직여야 겨우 1비트를 저장할 수 있었다.

반면 산화하프늄은 전압을 인가할 때 이러한 탄성 작용이 사라져 0.5나노 미터(nm, 10억분의 1미터)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원자도 하나씩 분리해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이준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천 개의 원자가 1비트라는 전통적 개념에서 탈피해 단위 원자를 1비트의 정보 저장 매개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획기적인 연구”라며 “물질 크기가 작아지면 분극이 사라지는 스케일링 현상을 완전히 극복한 셈”이라고 연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산화하프늄으로 기존 보다 1,000배 이상 향상된 메모리 용량을 구현할 수 있고, 기존 반도체 CMOS 공정에 적용할 수 있어 상용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소재디스커버리사업’, 산업통상자원부의 ‘제5차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 ‘삼성전자 미래기술 육성센터 사업’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7월 2일자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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