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수백여건에 달하는 ‘간호조무사 대리수술’ 의혹으로 울산의 한 대형 산부인과 의사들이 무더기로 법정에 서게 된 가운데 논란이 불거진 의사들이 진료를 재개하면서 시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검찰 수사 장기화로 법원의 판단도, 해당 병원과 의사들에 대한 ‘처분’도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6일 울산지역 보건당국과 산부인과 병원 등에 따르면 중구의 한 산부인과에서 ‘간호조무사 대리수술’ 의혹이 불거진 직후 ‘퇴사’했다던 의사 2명은 ‘휴직’하다 지난해 8월과 올 2월 각각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측은 해당 의사들이 ‘대리수술 지시’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데다 병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진료 재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이후 검찰 기소까지 수사가 다소 길어졌고, 당사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정에서 잘잘못이 가려지기 전까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해당 의사들을 찾는 환자들도 있어 병원 신뢰의 회복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병원과 중구보건소는 ‘대리수술’을 실시한 간호조무사 ‘안 실장’은 논란 직후 퇴사했으며, 재입사나 복귀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지난해 2월 수술실에 CCTV를 설치했으며 14일 이내 환자 요청시 관련 절차에 따라 공개하고, 대리수술 근절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병원 측의 이같은 결정이 오히려 병원이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A(37·여)씨는 “면허도 없는 간호조무사에게 대리수술을 지시했던 의사들이 다시 같은 병원에서 진료를 본다는 게 께름칙하고 불안하기만 하다”면서 “환자와의 신뢰를 먼저 저버린 의사들을 복귀시키고 어떻게 신뢰를 말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논란 이후 검찰의 기소까지 지난 2년여 동안 해당 병원과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에 대한 행정처분도 이뤄지지 못했다. 보건당국의 행정처분은 사법부의 판단이 근거가 되기 때문인데, 그 전까지는 당사자들이 의료현장에 복귀하는 것을 제한할 근거가 없다. 진료를 재개한 의사들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안 실장’도 얼마든지 병원에 근무할 수 있단 의미다. 검찰이 기소한 의사 6명과 ‘안 실장’은 법원의 ‘확정 판결’ 이후, 기소유예를 처분한 의료진 15명에 대해서는 조만간 행정처분이 이뤄지게 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수사가 길어지면서 공백이 생기는 점이 있지만, 사법부의 판단 이전에 행정처분을 하는 것은 법적 근거도 없고 ‘이중 처벌’의 우려가 있다”면서 “개별 사안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으나, 기소유예의 경우 행정처분의 50% 감경 사유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행정처분 수위는 ‘대리수술’의 경우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판단시 최대 1개월, ‘무면허 의료행위’ 판단시 최대 3개월 의사면허 자격이 정지되며, 병원은 최대 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데 최대 5,000만원의 과징금으로 대체 가능하다.
한편 대리수술·유령수술을 예방하기 위해 병원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폐기됐다. 경기도는 도 산하 공공병원에 CCTV를 설치하고 민간 의료기관에까지 확대하겠다며 공모에 나서는 등 실효나 논란과 별개로 적극적인 움직임이지만, 공공병원이 없는 울산시는 민간 의료기관에 권고사항을 비롯해 관련 내용을 검토한 적도 없다.
앞서 검찰은 ‘대리수술’ 의혹과 관련해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등 혐의로 울산의 한 대형 산부인과 대표원장 등 의사 6명과 간호조무사 ‘안 실장’ 등 7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의사 2명을 비롯한 의료진 15명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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