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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애도와 호도

기사승인 2020.07.12  22:30:00

김병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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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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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지도교수로부터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는 ‘서울대 우 조교’사건이 주목을 끌었다. 국내 최초의 직장 내 성희롱 소송으로 이 사건은 6년여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가해자는 우 조교의 정신적 피해에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성희롱은 명백한 불법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됐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시 공동 변호인단 중 한명으로 소송을 주도했다. 국내 최초의 ‘직장내 성희롱 소송’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 공로로 1998년 한국여성단체 연합의 제10회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받았다. ‘여성 문제에 적극적인 인권 변호사’라는 이미지는 이후 박원순의 정치권 진입에 큰 자산으로 작용했다. 당시 박 변호사는 “아이가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았다고 치자. 아이에겐 장난이지만 개구리는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문제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했다.

짧은 검사생활을 마친 변호사 박원순은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미국 문화원 방화사건 등의 변론을 맡았다. 1994년부터는 ‘시민운동가 박원순’이 됐다.

10일 새벽 숨진채로 발견됨에 따라, 박원순 서울시장 전 비서 A씨의 성추행 고소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것이다. 전 비서는 고소인 조사에서 2016년 이후 최근까지 수행 과정에서 계속된 성추행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증거도 제출했다.

박시장의 사망과 성추행 의혹사이에 관계가 있다면 (생전에)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입장 표명이 있었어야 했다. 충격적이고 안타깝지만 박 시장 자신을 위해서도,  그를 고소한 전 비서를 위해서도,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라면 죽음으로 덮어서는 안된다.

애도와는 별개로 그가 왜 삶을 이처럼 비극적으로 마감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규명돼야 한다. 피해자로 추정되는 전 비서의 고통도 함께 들어봐야 한다. 고인은 진실에 직면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길에 무수히 참여해왔지만 그 길과는 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 모두 안녕.’으로 맺은 총67자(字)의 유서와 함께 자신의 죽음을 호도(糊塗)하고 말았다.

김병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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