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희 시인의 ‘꽃바위 한나절’ 육필원고.  
 

꽃바위 한나절



그녀는 수심보다 더 깊은

하늘을 물질했다



일출을 어선에 달고 바다로 간 사람

만선의 깃발을 흔들며 노을을 잠재웠다

바다를 다 캐서 담으면

녹아내린 긴 긴 기다림

수초로 일어설까



지느러미에서 비늘 같은 세월이

껍질을 벗는다

물때 낀 그리움이 손끝에서 미끈거리는

꽃바위 한나절





●사내들은 더 먼 바다로 나가고, 아낙은 근해에서 평생 물질로 삶을 손질했다. 어디 꽃바위 사람들뿐이랴. 뱃사람, 혹은 바닷사람이 거칠다는 말은 그만큼 삶 자체가 녹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절로 생겨난 표현일 수도 있다. 하기야 땅 딛고 살아가기도 힘든데 한 잎 가랑잎 조각배 위엔들 믿을 구석이라곤 한곳도 없다. 하늘 못잖은 바다는 천의 얼굴이자 만용을 부리는 곳이니까. 그러고 보니 한 날 한 시에 혼밥을 차린 어촌이 어디 한두 곳이었나. 〈물때 낀 그리움이 손끝에서 미끈거리는〉 이 시구가 예사롭지가 않다.



●시인 이미희(李美姬·1961년~ ). 울산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8년 《계간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 2016년 《계간 시세계》 시 등단. 시집 『물꽃을 보았니』, 『너울을 헤맬 때마다』 출간. 〈등대문학상〉,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포항 바다문학제〉 공모전 시 수상.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울산문인협회, 울산남구문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