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우여곡절 끝에 ‘낙동강 물을 대구와 나눠먹자’며 제시한 환경부의 다변화 해법에 전격 동의했지만, 정작 물그릇을 내줘야하는 안동과 구미 등 기초자치단체에선 시장과 시의원 등이 반대 전선을 구축하는 등 “즉각 철회”를 공개 촉구하고 나선 모양새다.

어느정도 예견된 수순이긴 하나, 당장 2년 뒤 전국동시지방선거까지 맞물려있다 보니 어렵사리 공론화 절차에 첫 발을 뗀 낙동강 통합물관리 논의가 공회전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울산으로선 낙동강 물전쟁이 종전(終戰)되지 않는 한, 국보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 대신 운문댐 물을 끌어다 먹어야 하는 이른바 '울산권 맑은물 사업'의 출구를 찾을 수 없어 다음달 말 환경부의 최종 연구용역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안동시·시의회, “임하댐 물 못 줘” 반대 공동성명

권영세 안동시장과 김호석 안동시의회 의장은 지난 6일 안동시청에서 “환경부 안은 ‘안동의 물 식민지화’를 기도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공동성명서를 낭독, “안동 임하댐 물을 대구에 공급할 수 없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환경부가 ‘낙동강유역 통합물관리 연구용역’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울산·부산·경남·대구·경북 등 영남권 광역시·도지사가 “용역 결과를 존중한다”며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상생발전 협약에 서명한 지 딱 하루 만에 나온 반응이다.

안동이 반대하는 건 제2안.<표참조> 이 안대로라면 대구시는 안동 임하댐에서 하루 30만t의 식수를 가져다쓰고, 28만8,000t은 초고도 정수처리한 문산·매곡 취수장 물을 받아먹는다.

하지만 권 시장과 김 의장은 “안동댐과 임하댐 건설로 안동시민들은 지난 50년간 영남 하류 지역에 맑은 물을 공급한다는 구실 아래 갖은 규제를 감당해왔다”며 “환경부 정책은 지난 15년간 표류해 온 대구 취수원 이전사업을 ‘대구 취수원 다변화’로 포장만 했을 뿐, 결국 안동시민의 생명수를 강탈하는 살인행위”라고 규탄했다.

#구미경실련, 대구 취수 ‘가변식 다변화’ 역제안

안동과 함께 후보지 명단에 오른 구미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는 마찬가지.

환경부가 내놓은 제1안에 따르면 대구시는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하루 30만t의 물을 가져다 먹고, 부족한 28만8,000t은 문산·매곡 취수장 물을 초고도정수처리해 끌어다 쓴다.

그러나 대구취수원 이전 관련 구미범시민반대추진위원회와 구미시민·관협의회는 6일 반대성명을 내고 “대구시가 여전히 취수원 이전과 다름없는 공동활용을 주장하고 있다”며 “환경부의 물 배분 방안 용역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다음날인 7일에는 구미경실련이 대구시와 구미시에 ‘가변식 다변화’를 역제안하고 나섰다. 구미는 단 1ℓ의 물도 손해보지 않겠다는 건데, 실제 대구는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매일 30만t의 물을 고정적으로 취수해갈 게 아니라 구미에서 쓸 식수조차 부족한 갈수기에는 취수량을 줄이거나 전면 중단하라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대구-구미 경제동맹 체결 △대구 문화 인프라 공동 활용 △대구-구미 생활권통합 체결 등을 대화의 물꼬로 요구했다.

#환경부 “일방적 데드라인 안 정한다”

환경부는 물을 내주는 지자체들의 이런 반응은 어느 정도 예견하고 있었다면서도 오는 9월 ‘낙동강유역 통합물관리 연구용역’ 최종안을 도출하는 것 말고 별다른 일정은 잡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앞서 대구시장이 지난 3일 시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구미 해평취수장(제1안)’과 ‘안동 임하댐(제2안)’ 물을 취수원으로 삼는 방안만 언급한 것을 두고 사실상 ‘대구 강변여과수 개발’(제3안)은 의미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도 전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종안이 도출되는 9월말까지 이해관계가 얽힌 해당지자체를 순회하며 공청회를 갖는 등 주민여론을 수렴, 최상위 의결기구인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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