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지역 아동돌봄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긴급돌봄’으로 전환돼 지역아동센터의 문이 좁아지면서 돌봄서비스 이용자가 대폭 감소해 복지사각지대에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울산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지역아동센터’ 57개소와 ‘다함께 돌봄센터’ 12곳에서 긴급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아동은 800여명이다.

코로나 이전 지난해 말 기준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 돌봄센터를 이용한 인원이 1,468명 임을 감안하면 이용 아동이 45%가량 줄어든 것이다.

긴급돌봄은 별도로 명시된 조건이나 기준은 없지만 가정에 부모·친인척이 없는 등 아동을 돌봐줄 곳이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 아동 보호자의 신청으로 이뤄지고 있다.

각 센터는 평소 이용자로 등록된 아동 중 가정돌봄으로 센터에 나오지 않는 아동들에 대해서도 결식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경우 급식 대신 도시락 꾸러미 등을 제공하고 유선상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를 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 돌봄센터에서 근무하는 148명의 인력이 아동들을 관리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직접 가정을 방문해 근황을 살피기 어려운 데다가 인력도 넉넉하지 않아 세밀한 보호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인력이 많지 않아서 한 명이라도 센터를 비우게 되면 업무에 과부하가 생긴다”며 “코로나 때문에 부모들이 가정방문도 꺼리고 있어 연락이 안되는 상황이 아니면 되도록 유선상으로 모니터링을 하거나 SNS를 활용해 근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돌봄 사각지대에 있던 아동들이 사고를 당하는 일이 이어지면서 울산시가 대응에 나섰다.

지난 4월 울산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방에서 자고 있던 동생(8)과 동생을 구하러 들어간 형(18)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인근 고등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던 형과 타지 특수학교에서 기숙사생활을 하던 동생이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돼 기숙사에 가지 못하던 중 벌어진 사고였다.

지난 14일에는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초등학생 형제가 부모님이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상을 입기도 했다. 울산지역 돌봄 센터 이용자 중 초등학생이 90%에 달한다.

이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시는 23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취약계층 사례관리(드림스타트) 아동 1,516명을 대상으로 한 달 간 돌봄 공백과 학대 발생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고 밝혔다. 긴급지원 등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제공하고, 아동 및 가족에게 화재 예방을 위한 재난대비 안전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취약계층 아동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돌봄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취약계층 가정 방문 시 긴급돌봄 서비스 필요성을 면밀히 조사하고, 돌봄이 필요한 아동의 긴급돌봄 신청을 지원해 아동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조치를 추진한다.



이 밖에도 시는 지역인적 안전망인 명예사회복지공무원에게 지난 22일 시장 서한문을 발송해 일상생활 속에서 이웃 주민의 어려움을 살펴보고 보호받아야 할 위기 아동이 발견되면 112 신고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명예사회복지공무원은 빈곤·돌봄 위기가구, 주거 취약가구 등 사회적 위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구축한 민·관 복지협업체계로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지역인적 안전망(무보수·명예직)이다.

이형우 복지여성건강국장은 “시민 여러분께서도 주위에 돌봄이 부족한 아이들이 없는지 잘 살펴 이번 사례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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