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식 시인의 ‘초가을 밤’ 육필원고.  
 

초가을 밤





책속의 말씀들이

흰 불빛에 씻기는 밤



쭈루룩 물을 붓듯

가슴 치며 달려 온 비



한 소절

따룰 적마다

울음 푸는 귀뚜리







●낄낄낄~ 연미복 입고 허겁지겁 당도한 가을 전령이 상소를 올리고 있다. 숨 막히는 역병과 이변을 창출한 장맛비와 태풍으로 인해 살기가 엄청 힘들어졌습니다. 그럴수록 지혜로 맞서며 내면을 더 다져야 하느니라. 맞는 말이면서 쉽지 않은 해법이다. 밤늦도록 책장을 넘기며 마음이 바빠져 옴은 왜일까. 뭔가를 위해 먼 길 가는 심정으로 서둘러야겠다. 참고로 이 「초가을 밤」은 그 해(1983년) 오천 편의 응모작 중 〈제9회 샘터시조상〉 장원 당선작이다.





●시인 박영식(朴永植·1952년~ ). 경남 사천 출생.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및 2003년 「월간문학신인상」 동시 당선. 시조집 《편편산조》, 《백자를 곁에 두고》, 《굽다리접시》 외. 동시집 《바다로 간 공룡》. 그림동시집 《반구대암각화》 외. 김상옥시조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새벗문학상, 푸른문학상 외. 현재, 한국문협 문인권익옹호위원회 위원. 서재 「푸른문학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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