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길 주필

 

2015년 118만9,717명까지 증가
매년 만명 줄어 올 9월 113만9,000명
이대로면 35년엔 100만명도 어려울 듯

주력산업 장기불황에 인력 떠나기 시작
도시경쟁력 약화 신호 곳곳서 드러나
울산형일자리 대책 등 효과 못거둬

 

 

 

경기불황으로 자영업자들의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곳곳에 나붙은 빈 상점 임대 안내문. 연합뉴스

 

좋은 도시는 우수 기업과 인재가 모여들고, 이들을 받아들일 훌륭한 인프라를 갖춘 곳이다. 우리나라 도시는 그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대표적 선진도시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도심까지 택시로 걸리는 시간은 불과 20여 분. 도착하자마자 마리나베이를 중심으로 웅장한 야경이 펼쳐진다. 도시 전체가 마치 테마파크 같다. 

화려한 불빛은 아침이 되면 신기루처럼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날이 밝으면 더 강력한 도시 경쟁력을 눈으로 확인하게 한다. 서울 정도의 면적(714㎢)에 국민소득은 5만달러를 훌쩍 넘었다.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세계 최고 도시 인프라는 인재와 기업을 끌어오는 데 손색이 없다. 

핵심은 일관성, 효율성, 개방이다. 도시개발청은 10년 단위로 도시의 장기 비전을 설정한다. 그 비전을 실행하는 5년 단위 세부 실천계획(마스터플랜)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들어간다. 

일관성 있는 도시정책은 세계가 주목하는 랜드마크와 복합리조트를 만들어냈다. 2010년 개장한 마리나 베이 샌즈와 리조트 월드 센토사가 대표적이다. 호텔·컨벤션·카지노·쇼핑센터를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싱가포르 전시·컨벤션산업의 호황을 이끌어냈다. 국내총생산(GDP)의 1.5%(61억달러)를 담당하고 3,3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싱가포르 관광객이 해마다 10% 이상씩 늘어난 비결이다. 훌륭한 인프라는 기업에도 효율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특히 싱가포르 서부의 바이오폴리스는 약 26만3,500㎡ 용지에 공공연구소와 바이오기업, 병원 뿐 아니라 주거공간과 공원 등을 한곳에 배치해 기업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건물과 건물을 구름다리로 연결해 네트워킹을 강화한 것도 눈길을 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산업도 마찬가지다. 공항과 항만이 20㎞ 이내로 가깝고, 이 둘을 연결하는 도로와 창고, 그리고 출입국 관리까지 모두 기업의 돈과 시간을 절약해준다. 

1997년 심완구 초대 울산광역시장에게 ‘선진도시 싱가포르부터 다녀오시라’고 권고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코로나19’ 시대 엄혹한 환경에 울산광역시는 유사이래의 위기를 맞고 있다.

철호형! 울산 인구가 왜 이래?

계속되는 인구 감소라는 악재까지 겪고 있는 울산과는 반대로 인구가 늘고 있는 곳도 있다. 이 가운데 한 곳이 남한 최북단의 강원도다. 통계청 월별 인구 동향에 따르면 강원도 인구는 2016년 155만1,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었다. 올 4월에는 153만8,000여명이었다. 하지만 5월부터 넉달 연속 인구가 소폭 늘어 나면서 8월에는 154만1,000명을 기록했다.

뜻밖의 이 같은 현상은 외지에서 강원도로 들어오는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특정 지역 인구가 늘면서 자연 증가(출생자가 사망자보다 많음)나 사회 증가(전입자가 전출자 보다 많음)가 일어나야 한다.

강원도는 사회 증가 덕분이다. 올해 들어 7월까지 강원도로 전입한 인구는 4만9,192명이지만, 강원도를 빠져나간 인구는 4만8,264명이다. 928명이 순유입해 인구 증가를 이끌었다. 강원도 18시군별로 보면 춘천·태백·철원·양구를 제외한 14개 시군이 올해 5월부터 7월 사이 전입 인구가 전출 인구보다 많았다.

외지인들이 강원도로 이주하는 이유로는 자연환경이 가장 큰 이유다. 미세 먼지 걱정과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이 심각한 데다 피곤했던 도시 삶에서 벗어나겠다는 중장년층이 강원도로 향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거치면서 원주, 강릉을 비롯해 횡성, 평창 등 강원도 주요 시군으로 KTX가 운행하는 등 교통 사정이 좋아진 것도 결정적 이유다.

지자체들의 노력도 어느정도 빛을 보고 있다. 강원도 내 18개 시군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원주시는 공공 기관과 기업들이 옮겨 간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2018년 9월 인구가 34만6,000여 명이었는데, 2020년 9월에는 35만3,000여 명으로 7,000여 명 늘었다. 

성장잠재력의 주요지표라고 하는 울산광역시 주민등록 인구는 2000년 100만을 넘어선 후 2015년까지 매년 1% 안팎의 상승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5년 118만9,717명을 정점으로 올해까지 매년 1만명씩 줄어들어 2020년 9월 113만9,000명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울산인구는 5년뒤인 2025년 11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립중인 도시기본계획 목표연도인 2035년에는 100만명 유지도 힘들것으로 보인다. 회복된다해도 지금과 같은 저출산 기조로는 폭발적 증가는 어렵다.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탈 울산의 핵심원인은 조선업 등 주력산업의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울산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형 일자리 대책 등 그동안 온갖 인구 증가 대책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다.

민간기업이 채용시장을 확대해야 하지만, 경기침체에다 ‘코로나19’ 사태로 미래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오히려 채용시장에 빗장을 거는 모양새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줄폐업 후 울산을 떠나고 있다는 사실도 끔찍한 현실이다. 도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금은 인구를 유인할 단기대책 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현실과 동떨어진 목표 인구를 토대로 세우는 무분별한 계획은 예산낭비일 뿐이다. 서울과 부산시가 일부 도시계획에 적용하고 있는 ‘생활권 단위 도시계획’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민 밀착형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울산의 인구대책은 실효가 없었다. 백지상태에서 도시경쟁력 확보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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