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1분기 온라인 접수 75건... 재택근무·원격수업 등 늘어
 이웃간 주먹다짐 번지기도...“법적 강제성 없어 ‘권고’ 그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층간소음’ 갈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 갈등을 넘어 이웃 간 다툼으로까지 번지며 층간소음 분쟁도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울산지역 층간 소음 분쟁 온라인 접수현황은 7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3건보다 41.5% 증가했다.

또 올해 1분기 울산지역 현장진단 접수현황은 6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2건보다 21.1% 증가했다. 현장진단은 방문상담, 소음측정 등으로 이뤄진다.
공단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으로 실내에 머무는 경우가 증가하며 층간소음 분쟁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층간소음 법적 근거는 ‘공동주택 층간 소음 범위 기준에 관한 규칙 제3조’다. 층간소음기준에 의해 직접충격소음의 경우 1분간 소음을 측정해 주간(오전6시~오후10시) 43㏈ 이상, 야간(오후10시~오전6시) 38㏈ 이상의 경우 층간소음으로 인정된다. 이를 바탕으로 분쟁조정위원회나 민사소송 등에 피해 근거로 활용된다.
또 고의로 소음을 발생시키는 경우 ‘경범죄처벌범 제3조’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층간소음이 이웃 간 주먹다짐으로까지 커지기도 한다.

울산지법은 올해 3월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던 이웃을 불러내 주먹을 휘두르고 발로 걷어차 다치게 한 40대 남성에게 벌금 200만원을 이날 선고했다.
이날 중구에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밤마다 시끄러운 무개념 주민 때문에 쪽지도 붙이고 항의하지만 그 때뿐”이라며 “편하게 쉬어야 할 내 집에서 그러지 못하니 화가 쌓인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층간소음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정부는 무료 층간소음 측정 등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소음신고 증가로 인한 업무 지연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현장진단 접수 담당자는 13명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8월말 기준 전국에서 접수된 7,431건의 업무를 처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때문에 층간소음 현장진단 신청을 하고도 최대 7개월 가까이 기다리는 등 신청자들이 크고 작은 불편을 겪고 있다.

지자체 또한 층간소음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무용지물인 모양새다.

울산시는 지난 2017년 8월 ‘울산시 공동주택 층간소음 방지조례’를 공포했다. 이를 근거로 층간소음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하며 층간소음 방지계획을 수립해 아파트 입주민 관리규약을 개정하고 소음관리위원회 설치, 교육 등을 통해 입주민 간 분쟁을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쟁 조정은 법적인 강제성이 없는 권고 수준에 한계가 있다.

5개 구군의 경우 2014~2017년부터 조례를 마련하고 공무원과 변호사, 건축학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동주택 분쟁조정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단 한건도 조정접수가 된 사례가 없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고소·고발과 달리 분쟁조정에 나서기 위해서는 양측 모두 동의해야 하는데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만 동의하고 원인제공자로 지목된 사람은 동의하지 않고 법적대응에 바로 나서다 보니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의원들의 주문이 이어졌다.

현장진단 담당자 부족 문제를 제기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준병 국회의원(전북 정읍·고창)은 “층간소음 접수 증가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층간소음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을 해소하기 인원확충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분쟁조정관리위원회의 저조한 실적을 지적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상혁 국회의원(경기 김포시을)도 “주거형태 변화에 따른 공동주택 관련 민원이 증가하고 있으니 정부와 지자체가 민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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