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연명치료 중단 환자 13만5천명

국내 존엄사 시행 3년만에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미리 밝힌 사람이 누적으로 약 80만명에 달했다. 1년새 약 22만명 증가한 수치다.

실제로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한 임종기 환자도 누적으로 13만5천명에 이르렀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2018년 2월 4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 결정제도)'이 본격 시행되고서 존엄사를 선택하는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명의료 결정제도는 심폐소생술·혈액투석·항암제 투여·인공호흡기 착용 등 아무런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2020년 12월말 기준으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연명의료 결정제도 시행 후 3년간 이른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총 79만193명이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의 사람이 사전에 연명의료에 관한 본인의 의사를 문서로 밝혀준 것을 말한다.

성별로는 여성이 55만3천547명(70%)으로, 남성 23만6천646명(30%)보다 2배 이상 많았고,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이 69만6천118명(88%)이었다.

연도별로는 2018년 10만529명, 2019년 43만2천138명, 2020년 25만7천526명이었다.

전국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할 수 있는 곳은 243개 기관(지역 보건의료기관 120개, 의료기관 94개, 비영리법인·단체 27개, 공공기관 2개), 총 480곳이다.

2020년 7∼12월 월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현황 연합뉴스

담당의사와 함께 이른바 '연명의료계획서'(말기 환자 등의 의사에 따라 담당 의사가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사항을 계획해 문서로 작성한 것)를 쓴 환자는 3년간 총 5만7천512명이었다.

연도별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자는 2018년 1만7천615명, 2019년 1만7천818명, 2020년 2만2천79명이다.

실제로 임종과정에서 연명의료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임종기 환자는 3년간 총 13만4천945명이었다.

이중 남성은 8만594명(59.7%), 여성이 5만4천351명(40.3%)이었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그 비율은 올라가 60세 이상이 81%를 차지했다.

연도별로는 2018년 3만1천765명, 2019년 4만8천238명, 2020년 5만4천942명이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 의사가 암 등의 말기 환자나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로 판단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작성한다.

환자 스스로 담당 의사에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거나 시행 중인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면 된다.

하지만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정하기 위한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한 의료기관은 전체 3천465개 중에서 290개(8.4%)에 불과할 정도로 적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더라도 실제 연명의료를 받지 않으려면 윤리위가 설치된 병원에서 사망이 임박했다는 판단과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은 42개 모두 100% 윤리위를 설치했다.

하지만 종합병원은 320개 중 158개(49.4%), 병원급은 1천518개 중 22개(1.4%), 요양병원은 1천585개 중 68개(4.3%)만 윤리위를 설치했을 뿐이다.

존엄사 전문가인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임종기에 의료기술로 생명을 연장하는 데 집착하기보다는 인간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갖춘 임종문화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미 80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는데 이런 개인의 의사가 시스템으로 반영되지 못하는 건 아쉬운 부분"이라며 "법을 어렵게 통과시킨 만큼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제반 사항을 구축하고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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