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업경제 중심이자 역사인 ‘울산’
미래에 다가올 사회 ‘새 비전·방향성’ 중요
시립미술관, 기업 新창조경영 기폭제 기대

서진석
울산시립미술관 추진 단장

미래학자 짐 데이토(Jim Dator)는 미래에 다가올 사회를 ‘드림소사이어티(dream society)’라 지칭했다. 우리 사회의 경제 성장 동력이 과거처럼 자본, 노동력, 기술, 정보가 아니라 문화 예술이 그 중심이라는 것이다.

기업 마케팅의 교과서도 이미 바뀌어 버렸다. 기존 마케팅의 기본 요소인 4P전략, 즉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홍보(Promotion)에서 더 나아가 + I and E, 이미지와 감성이 더 해졌다. 또한, 1980년대 이후, 광고 전략은 제품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이동하였다. ‘우리 TV 튼튼해요 탱크주의’ 대우전자, ‘우리 폰 잘 터져요 팡팡팡!’ 시티폰, ‘아름다운 갈색∼머리’ 동성제약, 실제 판매될 제품이 꼭 등장해야하는 이러한 광고에서 제품은 사라지며 아름다운 미소녀가 그냥 해변을 거니는 SK텔레콤의 ‘TTL소녀’, 머리 큰 인형이 등장하는 LG 텔레콤의 ‘홀맨’ 같은 감성주의 마케팅이 하나의 주류로 부상됐다.

모 경제학자는 ‘이제 제품을 파는 기업은 문화를 파는 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제는 ‘꿈과 감성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례로 애플은 제품이 아닌 문화를 팔고 있는 기업이다. 그들은 제품을 타 기업에서 납품받고 디자인과 애플만의 문화 생태계를 조성하고 관리한다. 그럼에도 애플 폰의 이익 마진율은 40%에 이른다. (삼성 핸드폰은 10%미만이다.) 스타벅스도 단지 커피를 파는 기업이 아니며 나이키는 ‘Just do it’이라는 이미지를 판다.

20세기 말, 이후 이미 많은 기업들은 그들의 제품에 창조적 감성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하고 엄청난 노력들을 하고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크리에이터스 프로젝트’, ‘엡솔루트 보드카의 시티 캔버스 프로젝트’, ‘현대자동차의 브릴리언 아트 프로젝트’, 등등 그 예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리나라 경제계에서도 한때 ‘창조경영’이라는 표제가 대 유행을 했을 정도다. 이제 예술과 산업 간의 융합은 기업에 있어서 필수 생존의 문제가 된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경제강국이 문화강국이 아니라 문화강국이 경제강국이 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광주 문화중심 도시’, ‘한강 르네상스’, ‘요코하마 크리에이티브 시티’, 싱가포르 ‘길먼바락’, 홍콩 ‘아트바젤’ 등등, 이미, 전 세계의 국가와 도시들은 문화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한지 오래다. 매해 열리는 중국의 전당대회(전국대표대회)에서도 국가의 메인 비전이 신 경제강국에서 신 문화강국으로 바뀌었고 엄청난 국가예산을 문화 예술계에 투자하고 있다. 지방 곳곳에 공립미술관을 세우고 있고 중국의 문화를 세계 알리는 프로젝트들을 국가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울산은 우리나라 산업경제의 중심이자 역사이다. 한국의 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들의 원류인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드디어 울산시립미술관이 건립된다. 이는 문화계뿐만 아니라 동시대의 산업계에도 엄청나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을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울산시립미술관은 국민의 문화 향유의 기회 확대뿐만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를 선도하는 기업들의 신 창조경영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예술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자산과, 산업계가 가지고 있는 경제적 자산을 상생의 관계로 공유시킬 수 있을 것인가? 예술이 가지고 있는 실험성과 산업이 가지고 있는 대중성의 수평적 조화는 성립될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과 함께 울산시립미술관의 7가지 비전 중 하나인 ‘예술과 산업의 융합 시도’는 21세기, 드림소사이어티 시대에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하는 매우 의미 있는 실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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