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더욱 어려워진 동네가게
 중구 ‘착한 선결제’로 소상공인 살리기 나서
 이웃 돕고 추억 지키는 마음 나누기 동참을

박태완
울산 중구청장

우리가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것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그게 사람일 수도 있고, 음식이나 노래, 장소일 수도 있다. 그런 매개체 중에는 자주 가던 동네가게나 단골집도 있다. 누군가에겐 학교 앞 분식집이나 마트처럼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던 마을 입구 구멍가게가, 또 다른 이에겐 골목길 한 쪽에 위치한 국밥집이 추억을 떠오르게 만드는 곳일 수 있다. 어머니나 아내가 늘 반찬거리를 사던 부식가게, 한달에 한번 월급날 아버지의 손에 들려오는 노란 봉투의 통닭집이나 친구들과 함께 맥주를 기울이던 집 앞 호프집도 그런 곳들이다. 굳이 단골집이 아니라도 등하교나 출퇴근길에 늘 오가며 마주하던 가게들은 세월을 뛰어넘어 과거의 나를 떠올리게 만들거나 문뜩 즐거웠던 순간을 기억나게 만들기도 한다.

지난해 팬데믹을 일으킨,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는 이런 추억을 떠올리게 할 동네가게들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고, 쉽게 열리지도 않는다. 지속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집밖으로 나가길 기피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상태로 지속되면서 회식이나 모임이 사라진 점도 소상공인들을 힘들게 만든다. 손님은 오지 못하는데 월세나 각종 세금을 내야하는 상황도 폐업을 고민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소상공인연합회가 지역 내 소상공인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에 따르면 매출이 2019년보다 줄어들었다는 응답이 70.8%를 차지했다. 최근에 상공인연합회가 전국 소상공인 업소 3,4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2.2%는 이미 폐업했고, 50.6%는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집계된 것은 상황이 얼마나 악화돼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 최근 원도심만 나가봐도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매장 외벽에 크게 붙인 ‘임대’라는 글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점심시간에도 텅 빈 가게들이 허다하다.
주말 저녁시간에도 한산한 거리를 보면 이곳에서 장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시는 분들의 마음이 어떨지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이는 비단 원도심 일원의 문제가 아니라 중구 전역을 비롯한 울산,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의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와 각 지자체가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추가 재난지원금을 포함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중구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울산에서 처음으로 ‘착한 선결제 릴레이 캠페인’에 나섰다. 캠페인은 ‘선결제’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지금 당장 힘든 주변의 동네가게에 먼저 일정 금액을 결제해두고 추후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해당 가게를 돕는 형태로 진행된다. 오는 설 연휴 전까지 진행하며, 대상은 음식점, 카페, 이·미용실, 목욕탕, 헬스장 등 우리 동네가게 어디라도 상관없다. 지난주 필자를 시작으로 중구 간부공무원들이 잇따라 동참하고 있으며, 뜻 있는 직원들도 참여에 나서고 있다. 캠페인인 만큼 강제성이 없음에도 함께 마음을 모아주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어려움을 나누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중구는 이런 따스한 마음이 더 확산돼 지역 단체와 공공기관을 비롯해 지역 주민 모두가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해 갈 예정이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렵다. ‘착한 선결제 캠페인’은 이런 시기에 우리지역 소상공인을 우리가 나서서 돕고자 하는 선한 마음의 발현이다. 많은 금액이 아니라도 좋다. 지금 추억이 담긴 내 단골집을 돕기 위해 또는 친구와 우정을 다졌던 소줏집이, 잠깐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줬던 회사 인근 카페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게 선결제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작은 움직임이 이웃을 돕고, 나의 추억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