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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시인 ‘육필의 향기’】 (221)손태원 시인 ‘판전 앞에서’

기사승인 2021.04.07  22:30:38

iu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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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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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태원 시인 ‘판전 앞에서’육필원고.  
 

판전 앞에서



어슬렁 뒷짐 지고 숲속 길로 접어든다

가다가 걸음 멈추고 가쁜 숨결 고르는 듯

병중작 칠십일과(病中作七十一果)여! 맥박소리 들린다



흙마당 쓸다 남은 비질 자국 보이는 듯

새하얀 아가손이 쓰다 멈춘 낙서인 듯

다가온 계곡 물소리 문득 끊긴 저 정적



꽃도 잎도 다 시들어 빈 대궁만 남은 가을

얼마나 깊었던가 잠겨버린 하늘 위로

동동 뜬 낙관이 하나 늦잠자리 앉아 있다





●판전(板殿)은 서울 봉은사에 걸린 추사 김정희 선생이 칠십일세 되던 해에 쓴 편액이다. 와병 중 임종 3일 전에 써졌기에 마지막 유작이기도 하다. 시인은 직접 달려가 〈판전〉을 보고 느낀 감명을 시조로 빚었다. 그로 인해 신춘문예 등용문에 들었다. 그래서일까? 찬찬히 이 작품을 읽어가노라면 우치가 곧 추사인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시다가소서(詩茶歌笑書:시가 있고 곡차가 있고 노래와 웃음이 있고 글벗이 있다)를 두인으로 찍을 만큼 호방한 그였는데 십 년 가까이 비운 그의 자리가 영 허전하기만 하다.



●시조시인·서예가 손태원(孫泰瑗·1953~2014). 아호: 우치, 글바람 등 다수. 경남 밀양 출생. 울산서예협회 초대지회장, 대한민국 서예대전 심사위원 역임, 한국서예협회 & 한국전각협회 회원. 제12회 대한민국통일서예미술대전 대통령상 수상. 2003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및 계간 「시조문학 신인상」 당선 등으로 문단 데뷔. 울산에서 30여년 「간송서실」 운영.


iusm cybervit@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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