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첫 주말 ‘삼산동 번화가’ 풍경
20~30대 한꺼번에 우르르…아쉬워 자리 못뜨기도
서로 조금만 부딪혀도 고성·방역수칙 위반도 ‘허다’
주말장사로 버티는 자영업자 사태 길어질까 ‘노심초사’

오후 10시가 되자 일제히 밖으로 나온 사람들로 붐비는 울산 남구 삼산동 번화가.

 

60여일 만에 또다시 오후 10시 영업제한이라는 ‘빗장’ 걸린 울산 지역이 첫 주말을 맞았다. 식당이나 술집들은 큰 혼선 없이 오후 10시 마감을 했지만, 일부 거리에서 술집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몰려나오면서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주말 장사로 버티는 자영업자들은 이 상황이 길어질까 노심초사했다.

지난 17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된 첫 주말 오후 9시께 울산 남구 삼산동 번화가를 찾았다. 평소라면 사람들로 붐볐을 거리는 한산한 모습이었는데, 금요일인 것을 감안하고도 식당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한 고깃집에 들어서니 오후 9시임에도 이미 마감했다 답이 돌아왔다. 이 가게는 늦게 손님을 받았다 오후 10시에 맞춰 나가달라고 하면 화를 내시는 분들도 있어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고 설명을 했다.

하지만 헌팅주점 등이 즐비한 20~30대들이 자주 찾는 거리는 오후 10시가 되자 술집에 있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쏟아져 나오면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술집에서는 ‘퇴근하겠습니다’, ‘또만나요’라는 노래를 크게 틀며 영업 마감을 알렸지만, 아쉬운 마음에 자리를 쉽게 뜨지 못하는 손님들이 길거리에 서서 한참을 방황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나왔다는 A(22)씨 "오후 10시까지 시간이 제한되니 그 전에 술 마시겠다고 사람들이 몰려들어 안이나 밖이나 더 위험해지지 않았나 싶다“며 ”특히 다들 술을 많이 마신 상태니 시비가 걸려 싸움이 날 수도 있어 보인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사람들로 인산인해인 거리를 지나던 일부는 서로 조금만 부딪혀도 큰 소리로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5인 이상 어울려 다니거나 ‘턱스크’, ‘코스크’, ‘노마스크’로 방역수칙을 어기는 경우가 꽤 눈에 띄었는데, 그 사이를 지나던 사람들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무섭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술을 마시고 나와 다른 일행을 기다리던 B(23)씨는 “영업 제한하는 것에는 적극 찬성한다. 확실히 평소 금요일 보다 사람이 많이 없는 편인 것 같다”며 “지금처럼 강력하게 제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다만 “이렇게 막아도 방을 잡고 술을 마시는 경우도 많고 일부 가게들은 셔터를 내리고 몰래 영업하는 곳도 굉장히 많다”며 “그런 곳을 찾아서 차단해야한다”고 우려했다.

'귀가 전쟁'이 재현되면서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로 뛰어들어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한 번에 몰리다 보니 택시나 대리기사를 잡는 게 쉽지 않아 ‘귀가 전쟁’ 상황을 재현했다.

일행과 약 10여분가량 택시를 기다리던 C(28)씨는 “집이 장생포인데 술을 마셔서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잘 안잡힌다”며 “계속 안잡히면 버스를 타든지, 가족들에게 연락해 데리러 오라고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이 이른 만큼 버스정류장에도 사람들이 몰렸고 어떻게든 택시를 잡아보려고 일부는 도로에 뛰어들어 위험한 상황도 연출했다.

이런 사태는 약 1시간 정도가 지난 오후 11시쯤에야 진정이 됐다.

자영업자들은 이 사태가 길어질까 봐 노심초사했다.

한 감성주점 점장인 D씨는 “총 테이블이 30여개 정도인데 평소 금요일이라면 새벽까지 장사했을 때 150여 테이블 정도를 받는다”며 “하지만 오늘은 30여개 테이블을 한 번 받고 끝났다”고 속상함을 털어놨다.

이어 “원래 주말에도 새벽까지 아르바이트생을 쓰는데, 그 친구들한테도 당분간 나오지 말라고 전달해 둔 상태다”며 “지난 1, 2월에도 경제적으로 정말 힘들었는데 이번에 이 상황이 길어지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며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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