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희 씨(56)가 아내 김선화 씨(52)와 함께 지난 2일 어린이날을 맞이해 울산양육원 아이를 위한 짜장면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 이광희 씨(56)가 지난 2일 직접 만든 짜장면을 울산보육원 아이에게 먹여 주는 모습이다.   
 
   
 
  ▲ 이광희 씨(56)가 지난 2일 직접 만든 짜장면을 울산양육원 어린이 3명에게 배식 해주는 모습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10대 시절부터 중국집에서 허드렛일로 돈을 벌어야 했던 이광희(56·남구 달동)씨는 올해로 29년째 짜장면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힘들고 지칠 법도 한데, 짜장면을 먹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이 씨는 과거 자신의 유년시절의 고단함을 씻어내며 행복을 찾고 있다.

#30년째 짜장면 무료급식봉사=지난 2일 이광희 씨는 29년간 무료봉사활동을 이어온 울산양육원을 찾아 여느 때와 같이 짜장면을 만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어린이날에 맞춰 양육원을 찾았겠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져 평일로 날을 앞당겼다.

이 씨가 짜장면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은 어린 시절 본인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강원도 원주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그는 7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집안형편이 급격히 어려워졌다. 밥 한끼 먹는 것이 어려웠던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돈을 벌어야 했고, 그 때 찾은 곳이 중국집이었다.
밥만 주면 뭐든지 하겠다는 각오로 일을 시작했고, 7년 동안 중국집에서 테이블 청소, 설거지 등 허드렛일을 하면서 요리 기술을 배워나갔다. 일이 끝난 밤에는 중식 자격증 취득을 위해 밤새 공부를 했는데, 이때 ‘나처럼 어렵고 힘든 아이들을 위해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주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다짐은 1993년 3월 본인의 가게를 오픈 한 이후 그해 5월부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시설 출입이 어려워져 예전만큼 봉사활동을 많이 하지는 못하고 있다.

#가족들에겐 늘 미안한 마음=1993년 중국집을 차린 이후 가게 임대료, 월세 등 고정지출이 많았다. 무료 급식봉식 봉사로 적자가 이어지자 이 씨의 아내 김선화 씨(52)는 “무료 급식 봉사활동 횟수를 줄이자”고 설득했다.
게다가 매년 어린이날 봉사를 하다 보니 정작 이 씨는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고, 김 씨는 서운함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넉넉하지도 않은데도 봉사활동을 고집하자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꿈’을 고집한 그에게 성인이 된 딸과 아들은 ‘존경심’을 표한다. 이제는 함께 봉사활동을 다니며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집은 정리했지만 봉사는 계속=이 씨는 5년 전 개인사정으로 운영하던 중국집을 정리했지만, 짜장면 나눔을 계속하고 있다. 수십년째 이어온 봉사활동으로 얻은 ‘짜장면 좋아하는 아저씨’가 좋기도 하지만, 한 보육원 아이와의 재회를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한 성공한 사업가가 양육원 시절 이씨가 만든 짜장면 맛을 잊지 못해 찾아왔는데, 당시 그는 이 씨를 우상으로 여기며 사업가로 성공해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꿈을 가졌다고 한다.
중증 장애인 시설에서 몸이 불편해 누워 있었던 한 아이가 그림편지를 선물로 준 기억 역시 이 씨를 지금까지 지탱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이 씨는 “짜장면 무료급식 봉사는 주변뿐만 아니라 저의 행복을 위해서도 계속해서 하고 싶다”며 “많은 이들의 미소를 맛있는 짜장면을 통해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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