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울산을 비롯해 부산·대구·경북·경남 등 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지방 도시를 대상으로 공정한 입시 선정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균형 발전을 내세우며 사실상 영남권 유치에 힘을 실은 것인데, 연일 유치전에 가세 중인 다른 지자체에 비해 정작 울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영남권미래발전협의회는 17일 국립 이건희 미술관의 입지 선정을 지방도시를 대상으로 한 공모 절차로 추진해달라는 내용의 ‘공동 건의문’을 채택했다. 울산을 비롯해 부산·대구·경북·경남 등 영남권 5개 광역지자체장으로 구성된 영남권미래발전협의회는 송철호 울산시장이 회장을 맡고 있다.

협의회는 건의문을 통해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한 지자체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면서 “더이상 과열로 부작용이 심해지기 전에 정부차원에서 지자체와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유치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도권에 비해 문화에서 절대적으로 소외됐던 지방의 문화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문화적 자산을 지역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며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의 문화분권 확대, 공정하고 투명한 입지 선정을 위해 지방에 공모절차로 추진해달라”고 호소했다.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는 이같은 내용의 공동 건의문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뛰어든 도시는 30여곳에 이르고 있다. 영남권에서도 경남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출생지라는 인연을 강조하고 있다. 부산시도 북항에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해운대구는 더 나아가 이전을 추진 중인 현 구청사를 내놓겠다고 하고 있다. 대구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출생지이자 삼성그룹의 ‘뿌리’를 내세우고 있고, 삼성전자가 성장한 구미가 위치한 경북도 대구와 연대해 유치전에 가세하고 있다.

사실상 영남권에서도 울산을 제외한 4개 지자체가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에 적극 뛰어든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울산도 올 연말 개관을 앞둔 울산시립미술관 건물을 활용해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울산시는 선뜻 움직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런 배경에는 울산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삼성그룹과의 ‘연고’가 부족한 이유도 있다.

울산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인 건립 추진계획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그룹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부족하지만 울산시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국립 문화인프라가 단 한곳도 없는 유일한 광역지자체인 만큼 ‘지역균형’ 측면으로 접근할 수는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측면으로 유치 경쟁력이 낮은 울산시가 홀로 전면전에 나서기보다는 시민 접근성이 높은 인근 지자체와 협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울산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시 관계자는 “공동 건의문 채택은 수도권으로 집중된 문화인프라를 지방에 유치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차원”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의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우리시도 지역 유휴 부지를 검토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