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제작하는 국가는 어디일까?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꼽겠지만, 예상 밖으로 정답은 인도다. 봄베이와 할리우드를 합쳐 ‘발리우드’로 통하는 인도의 영화산업은 매해2000편에 가까운 영화를 만들어내며 세계 최고를 기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이 수많은 영화들이 대부분 자국 밖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도 상업영화가 지닌 독특한 형식 때문이다. 긴 상영시간에 코미디, 스릴러, 로맨스 등 모든 장르가 잡탕처럼 섞여 있고 주기적으로 춤과 노래가 등장한다. 여러 가지 향신료가 뒤섞인 음식에 비유해 ‘마살라 무비’로 불리는데, 소비층에게 어필하는 호불호도 음식만큼이나 영화도 비슷하다.
2016년 작 인도 영화<당갈>은 처음 맛보는 사람들에게도 성공적인 마살라 요리 같은 작품이다. 레슬링 선수였지만 금메달 대신 생계를 택해야만 했던 마하비르 싱은 자신의 꿈을 이루어줄 아들을 원했지만, 딸만 연이어 얻는다. 그러던 어느 날 딸 기타와 바비타가 동네 남자애들을 때린 사건이 벌어지고, 싱은 두 딸을 레슬러로 키우는 훈련을 시작하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스포츠 영화의 미덕을 고루 갖췄다. 열악한 환경 속에 놓인 시골 출신의 선수가 승리의 결말로 나아간다는 익숙한 이야기 구조가 탄탄히 받치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인도 여성의 현실과 부패하거나 관료적인 체육계의 문제들을 리얼하게 드러낸다. 또 맥락 없이 등장하던 춤과 노래 대신 실감나는 레슬링 경기 장면을 배치하여 긴장감을 높인다. 그리고 파이널 무대, 과연 그들은 각자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될까?
올림픽이 한창이고 우리에게도 반가운 소식들이 전해온다. 지난 시기 금메달은 국위 선양이란 이름으로 국민들을 결합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이었고, 시간이 흐른 현재 누군가의 군대 면제나 연금 혜택 등 선수 개인의 입신양명 성공담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빼어난 스포츠 영화<당갈>은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금메달의 진짜 가치를 새삼스레 전해준다. 하나의 금메달이 탄생하기까지, 결과보다 더 빛나는 과정의 드라마를 만나보시길.

김세진/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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