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사·돌봄전담사 등 울산지역 조합원 4,486명중 36% 참가
유·초·중·고·특수학교 104곳 급식중단…돌봄교실 157곳 차질
학생들 점심시간 도시락 먹거나 학교측 제공 빵·우유 등으로 때워
시교육청 “사전 안내·대체인력 투입…다음주 교섭 재개 대화 이어갈 것”

 

   
 
  ▲ 민주노총 총파업에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동참하면서 학교 급식이 중단된 20일 울산제일중학교 학생들이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우성만 기자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총파업이 이뤄진 20일 울산지역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급식과 돌봄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날 오후 12시 10분 울산 중구 제일중학교 급식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었지만 구수한 밥 냄새는 나지 않았다. 갖가지 반찬을 만들고 있을 조리사들도 보이지 않았다. 남은 음식을 수시로 확인하며 학생들을 맞이하는 영양사도 없었다. 텅 빈 급식대에는 학교측에서 준비한 빵과 우유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파업 참여자 빈자리는 자원봉사자(급식도우미)가 대체했다.

학생들은 칸막이 쳐진 식탁에 앉아 김치볶음밥, 오므라이스 등 집에서 챙겨온 도시락을 먹었다. 반찬을 여러 통에 담아와 친구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

평소와 달리 급식이 나오지 않자 “불편하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인 학생이 다수였다.

3학년 6반 김민욱 군은 “급식 먹다가 도시락을 싸오니 기분이 이상하다”며 “집에서도 엄마가 바쁘신데 귀찮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부초밥을 먹던 3학년 한 학생은 “우리집은 맞벌이를 하시는데 엄마가 새벽부터 일어나서 요리하는 소리를 들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괜히 고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도시락이 없는 학생들은 편의점 삼각김밥, 과자, 컵라면, 탄산음료 등으로 점심 한 끼를 때웠다. 학교측에서 빵과 우유를 제공했지만, 나중에 먹을 생각으로 아예 굶는 학생들도 있었다.

3학년 5반 고주환 군은 “등교할 때 편의점에 들러 먹고 싶은 음식을 사왔다”며 “친구가 준 반찬도 있어서 배부를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는 이번 파업에 대해 고민하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체급식을 먹은 한 학생은 “평소에 맛있는 밥을 해주는 아줌마들이 오늘 출근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 같다”며 “잘 해결돼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파업에 참가한 울산지역 학교는 전체 275곳 중 202곳이다.

급식 중단된 단설유치원과 초·중·고·특수학교는 104곳이다. 이에 따른 조치는 개인도시락 지참 58개교, 단축수업 44개교, 간편식 제공 1개교 등으로 이뤄졌다.

초등 돌봄교실은 전체 258개 교실 중 157곳이 운영되지 않았다. 유치원 방과후과정은 전체 교실 279곳 중 3곳만 문 닫았다.

파업 참가 규모는 울산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조합원 전체 4,486명의 36%(1,224명)이다. 직종별로 조리사가 593명으로 가장 많고, 돌봄전담사 180명, 특수교육 107명, 교육업무실무사 71명, 운동부지도자 58명, 영양사 43명, 청소원 23명 등이다.

학비연대회의는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 여성노조로 구성돼 있다.

학비노조와 여성노조는 이날 오전부터 울산교육청에 집결해 총파업 집회를 했다. 노조는 교육청에서 태화강둔치로 이동한 뒤 시청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총파업 행사에 참가했다.

이들 노조는 17개 시·도 교육청과 임금 교섭이 결렬되자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사전 안내와 대체인력 투입 등으로 급식과 돌봄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다음주 중으로 교섭을 재개해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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