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여 동안 울산지역사회에서는 경찰의 사건사고 ‘브리핑’이 사라졌다. 보도자료도 마찬가지다.

2019년 울산지검이 ‘피의사실공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이후 전국에서 유일하게 울산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촌극인데, 시민들의 알권리 침해가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악용하는 각종 범죄나 급속도로 변화하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사건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울산지역 검·경에 ‘피의사실공표’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19년 초 일명 ‘가짜 약사’ 사건부터다. 30대 여성이 면허증을 위조해 약사 행세를 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데 대해 검찰이 현직 경찰관 2명을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입건한 것이다. 1년 넘게 사건을 쥐고 있던 검찰은 지난해 7월 이들을 ‘기소유예’ 처분하면서 지역 검·경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울산경찰청에서는 사건사고 브리핑은 물론 보도자료 한장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울산경찰청은 교통안전대책 추진이나 각종 간담회, 캠페인, 성금 전달 등과 같은 자료만 배포할 뿐, 사건사고와 관련해 공개한 자료는 전무했다. 최근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공무원 부동산 투기’ 문제는 물론, 시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보이스피싱 등 사건들도 없었다.

다른 지역 경찰청은 주요 사건들에 대해 현장 브리핑, 백브리핑까지 진행하고 있는 모습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심지어 울산지검도 지역사회에서 관심이 높은 사건이나, 가짜 마스크 유통 판매 등 민생 밀접 사건들에 대해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거쳐 보도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피의사실공표’ 논란으로 경찰이 입을 다물면서 시민들의 알권리 침해는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악용하는 각종 범죄나 보이스피싱의 경우 범죄 수법 등을 알려 추가 피해를 막는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범죄 피해자들이나 일선 경찰관들도 이에 공감하며 사건사고를 알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피의사실공표’ 탓에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검찰 기소 이후 공개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수사 단계에서 기소까지 짧아야 수개월이 걸릴 수밖에 없다. 시시각각 변하는 범죄 유형 등에 이른바 ‘뒷북’으로 예방 효과는 반감된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울산 경찰의 ‘자기검열’처럼 남아 있는 피의사실공표의 그림자를 지워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는 있지만, 아직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검찰의 기소 ‘전’ 단계에서 사건이 공개되면 ‘피의사실공표’ 혐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울산경찰청은 비교적 검찰 기소 기한이 짧은 구속사건에 대해 검찰 기소 후 수사 브리핑을 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기도 했지만, 관련 자료 송치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적으로 ‘심의’ 등 단계를 거치는 것도 무의미하단 지적도 있다. ‘가짜 약사’ 사건의 경우 본청까지 보고돼 보도자료 배포 전 내부적으로 정해진 절차를 모두 밟았는데도, 검찰이 피의사실공표 혐의라는 잣대를 들이댔다는 것이다.

한 경찰관은 “검·경의 관계가 나쁘지 않을 때는 문제가 없겠지만, 관계가 악화되면 언제든 다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단 의미 아니겠냐”며 “브리핑이든 보도자료든 이제는 좀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면서도, 어느 부서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피의사실공표’로 인한 시민들의 알권리 침해는 대선과 지방선거 등 선거국면이 본격화하는 내년에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제21대 총선 국면에서도 선거관리위원회 등이 선거사범에 대해 검찰 고발 등 세부 내용을 전혀 밝히지 않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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