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2 울산대학교병원' 설립 놓고 첨예한 `수 싸움'<중>

울산대‧울산대병원 전문교육시설‧공간 부족해 당장 전체 이전 힘들어
정치권‧지자체‧시민사회, 지역 의료 발전 위해 대승적으로 머리 맞대야

제2 울산대학교병원 설립의 키포인트는 ‘의대 정원’ 문제다. 지역사회가 반발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30년 넘게 울산 정원으로 학생을 뽑아 교육을 서울에서 시킴으로써 지역에 낙후한 의료 수준과 인력 부재의 결과를 낳았다는 점이다.

#닭(울산대의대 지역 환원) VS 달걀(의대 정원 확대), 뭐가 먼저?
울산대는 제2 울산대학교병원을 도심권에 짓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울산 교육을 위해서라도 병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건립을 가시화 한 상태다.
다만 정치권, 정부, 지자체와의 공조 여부에 그 시기나 위치, 규모 등이 달려있다.
특히 울산의 의대 정원 증원 문제와 연관이 있는데, 정부에선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부족한 지역 의료를 보강하기 위해 의대 증원에 나서고 있지만 의사협회가 반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정치권이나 지자체, 시민단체 등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과 울산대 측의 온도차는 여전히 있다.
민주당과 울산건강연대는 기존 울산 정원을 지역에서 바로 교육하라는 ‘울산대의대 지역 환원’을, 울산대는 증원시켜준다면 기존 정원도 점진적으로 이전시키겠다는 요지의 ‘의대 정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울산대 의대 단계적으로 모두 이전하겠다”
울산대학교가 최근 정치권에 제시한 계획안에 기존 40명을 전국 단위로, 50~60명을 지역할당제로 선발한다는 내용이 있다. 민주당에선 기존 40명을 서울아산병원에 그대로 둔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울산대학교의 입장은 부분적으로 다르다.
본지 취재 결과, “아직 공식화 하진 않았지만, 단계적으로 울산으로 모두 이전시키겠다”는 것이 울산대학교 측의 워딩이다.
즉, 확충이 이뤄진다면 50~60명을 울산과 부산, 경남 권역에 뽑아 울산에서 교육시키고, 기존 40명을 순차적으로 이전해 결국에는 100여명 모두 지역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단계적’이란 의미는 현재 울산대와 울산대학교병원에는 의과생을 전문적으로 교육시킬 만한 시설이나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울산 정치권 등의 요구대로 당장 전체를 이전하는 것은 힘들지만, 더 이상 진전이 없어 고심 끝에 교육과정이나 인원을 순차 이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울산 의료 발전 위해 대승적 판단 필요
줄곧 평행선을 달리던 울산대의대 지역 환원 문제에 울산대가 기존 정원의 단계적 이전안을 꺼내면서 접점에 조금 더 근접한 모양새다.
현실적으로 당장 이전시킬 교육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계속 같은 주장만 한다면 답을 찾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는 제2 울산대학교병원과 의대 증원 등 모두 차일피일 기간만 늦춰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울산지역 의료 발전과 시민 의료 편의를 위해선 여·야 정치권과 지자체,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 대승적 혹은 실무적 접근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울산대의 워딩처럼 정말 단계적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면 연도별 이전 계획을 정확히 명시한 합의 등을 통해 풀어낼 수도 있다.
울산대 관계자는 “기존 정원의 울산 교육 이전 문제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울산지역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역 사회와 힘을 모아 병원 건립 등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