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 농단 맞선 2016년 촛불 시위 되돌아보는 다큐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아름다운 민주혁명 이야기해주는 영상물”
  여야 정치인들 인터뷰·집회 참여한 일반 시민 사연 등도 담겨 

배우 김의성과 기자 주진우가 공동 연출자로 이름을 올린 ‘나의 촛불(사진·포스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에 맞서 수많은 시민이 광장으로 모였던 2016년 촛불 시위를 되돌아보는 다큐멘터리다.
영화에는 국정 농단 사태의 주요 제보자였던 고영태와 보도의 중심에 있던 손석희 당시 JTBC 앵커뿐만 아니라, 수사를 담당했던 박영수 특별검사와 윤석열 수사팀장,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와 김성태 전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이 인터뷰이로 등장한다.
두 감독은 24일 화상 인터뷰에서 “이들은 모두 조연에 불과하다”며 “주인공은 국민이고, 국민들이 만든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록해 다음 세대에 알려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두 사람이 MBC의 시사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던 때 나눴던 대화에서 시작됐다.
라디오에서 탄핵 당시 국회에서 있었던 비화를 들은 김 감독이 “다른 증언을 모아 영화를 만들면 재밌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주 감독은 “정치인들은 모두 자기가 촛불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그럼 (촛불 혁명을 만든 진짜 주인공인)시민은?”이라는 당연한 물음은 영화의 출발점이자, 종착역이 됐다.
두 사람은 “이게 (영화가) 되겠냐?”라는 의문도 있었지만, “인류 역사에 이렇게 성공적이고 아름다운 민주혁명은 없었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영상물이 없었기에 의미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했다.
다만 처음부터 직접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주 감독은 “다른 훌륭한 감독이나 제작자들이 바로 영화로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없었다”며 “다른 사람이 만들어주길 기대하고 기다리다 결국 우리가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제작은 촛불 혁명으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나서도 시간이 한참 흐른 2018년 말께 시작됐다.
김 감독은 “2016년에 직접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나가 찍은 내 기록이 없다는 건 근본적인 한계”라면서도 “그날의 감동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감동의 이면에 있었던 이야기들을 좀 더 차분하게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두 감독이 개인 SNS를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 촛불 집회에 참여했던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청했고, 다양한 사연과 함께 직접 찍은 사진과 동영상들이 쇄도했다.
그렇게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인터뷰에 나섰고, 시민들이 찍은 사진과 영상이 다큐멘터리의 일부가 됐다.
인터뷰에 나선 시민들은 당시를 되돌아보며 울컥하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하지만, 촛불 민심을 따라가지 못해 비난받았던 여야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두 감독은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 불면 다 꺼진다'고 했던 김진태 의원을 비롯해 홍준표, 이정현, 조원진, 나경원 등 박 전 대통령의 측근과 당시 여당 인사들의 이야기를 많이 담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기계적인 균형을 위해서도, 다양한 시각을 담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지만, “인터뷰를 하겠다고 날을 잡아 놓고도 도망간 사람들이 많았다”고 했다.
애초 지난해 공개할 예정이었던 영화는 코로나19로 일정이 미뤄지며 대선을 앞두고 개봉하게 됐다.
특히 당시 수사팀장으로 인터뷰했던 윤석열 검사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돼 있는 상황이라 정치권 안팎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김 감독은 “당시 너무 어려서 촛불에 대한 기억이 없는 자녀들에게 엄마 아빠가 이런 멋진 일을 해낸 사람 중의 하나였다는 걸 자랑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 감독 역시 “학생들에게는 세계 정치사에서 전무했던 역사가 이렇게 쓰였다는 걸 알려주고, 촛불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졌다는 분들도 다시 한번 내가 이 역사의 주인공이었다는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